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 최 권한대행 체제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5일부터 한국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최 권한대행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안정의 핵심 축”이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도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을 보여준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장관은 비상계엄 이후 두 차례 통화했지만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은 제도가 도전받을 경우 이를 무시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 능력에 깊은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본적 가치 공유국으로서 모든 정책 행보를 긴밀히 협조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 회담 이후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한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이뤄지는 고별 방문 성격이다. 그는 한국에 이어 9일까지 일정으로 일본과 프랑스를 순방할 예정이다.
최상목·조태열·우원식 만나…'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한·미 간 진행된 대북 확장억제 성과도 부각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 강화와 재래식 핵전력을 통해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한·미 NCG를 창설하는 등 능력을 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 하지만 한·미·일 3국 협력시대는 열렸다”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최근 계엄 및 탄핵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이 헌법과 법치주의에 입각해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 민주주의에 신뢰를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 브랜드’는 매우 강력하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공, 경제력, 국민의 혁신적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과 같은 긍정적인 (한국 국민의) 대처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도 “계엄 사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양국 간에 완벽한 신뢰가 있고 한·미동맹의 미래가 밝고 굳건함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한 두려움이나 불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이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한은 오는 20일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 전 이뤄지는 고별 방문 성격이다. 그는 한국에 이어 9일까지 일본 및 프랑스도 순방할 예정이다. 미 외교 수장의 마지막 방문이 한·일에 집중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동맹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성과를 정권 말기에 부각하고, 트럼프 정권에서도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프랑스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어 후속 논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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