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 모 부장(42)은 요즘 퇴직연금 계좌를 보면 뿌듯합니다. 확정기여(DC)형으로 운용하는 계좌 수익률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했다”며 “은퇴 전까지 연금 계좌로 10억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 부장처럼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굴려 대박을 낸 젊은 직장인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 퇴직연금 계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원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계좌는 절세 혜택까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어떤 계좌라도 미국 주식형 상품은 반드시 편입하는 게 좋습니다. 지난 한 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35개 ETF 중 수익률 1~10위(레버리지 제외)는 모두 미국 주식형 ETF가 차지했습니다. 1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로 수익률 98.89%를 기록했습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가 수익률 91.21%로 2위를 차지했고,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90.06%)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84.08%)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4.0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나스닥100, S&P500 등 대표 지수형 ETF로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잡는 전략도 좋습니다. 대표 지수형 ETF는 우량주 위주로 편성돼 변동성이 낮습니다. 지난해 유행한 2차전지, 전기차 테마형 ETF는 올 들어 주가가 폭락해 아직도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 계좌 중 수익률 상위 10% 고객이 가장 많이 편입한 상품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였습니다. ‘TIGER 미국S&P500’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KODEX 미국S&P500TR’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등 미국 주식형 ETF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채권형 상품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국가의 채권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주식을 해외 주식으로 구성하면 채권은 국내로 분산시키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입자 본인 연령도 고려해야 합니다. 30대 직장인이라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성장주 중심으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대 직장인라면 배당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 안정성을 높여야 합니다.
바쁜 직장인이 투자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관리하기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TDF는 가입자 생애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줍니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따라 TDF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여러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로 상품이 나뉩니다. 예컨대 2040년 전후 은퇴할 예정이라면 TDF 2040이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TDF 가입을 제도화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엔 무료로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증권사도 늘었습니다. 연금 전문가들이 매달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안내해줍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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