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뽑는 계절이 있을까? [김현종의 백세 건치]

입력 2025-01-13 10:12   수정 2025-01-13 10:13



어느새 2024년이 저물고 2025년의 새해가 밝았다. 어두웠던 2024년의 뉴스보다는 2025년에는 더 밝고 희망찬 소식이 많이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 시기에 치과를 찾는 환자들 중에 사랑니를 뽑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난다. 그 이유로 성인이 되는 18세부터 20대 후반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랑니가 올라오면서 사랑니 주위에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데 주로 긴 겨울 방학인 겨울 시기에 사랑니를 많이 뽑게 돼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니는 이제 성인으로 지적인 상태가 됐다는 의미와 또 이성적인 사랑에 눈뜨게 된다는 의미로 사랑니라는 치아의 이름에 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가끔 환자들에게 사랑니를 빼고 난 후의 아픔을 설명할 때 사랑의 이별만큼이나 아플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 아픔이 약간은 전달되는 것 같다.

사랑니에 관해서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은 ‘꼭 뽑아야 하는지’다. 사랑니는 학술적으로 제3대구치라고 부르며 위턱, 아래턱에 좌우로 각각 2개씩 해서 전체 4개의 사랑니가 있다. 보통 18세~20대 초반 사랑니가 불편한 이유는 지치주위염이라는 잇몸 염증 때문이다.

아래턱에 사랑니가 올라오면서 사랑니 일부만 보이고 나머지는 잇몸으로 덮여 빈 공간으로 음식물이나 염증세균이 모이면 염증이 생겨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입이 잘 안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계속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염증 조절 후 곧바로 빼는 것이 좋다.

또 하악 사랑니가 옆으로 쓰러져서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쓰러진 아래턱 사랑니는 앞에 치아를 녹이거나 충치의 원인이 되고 지치주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빼는 것을 권장한다. 하악 사랑니를 빼려면 보통 위턱의 사랑니는 잇몸 안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위턱 사랑니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문제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발치하지 않는다.

치아가 있을 자리에 치아가 없는 경우를 무치증이라 부르는데 사랑니가 무치증이 많이 나타나는 부위다. 사랑니가 없는 경우 흔히들 농담으로 진화가 더 된 사람이라고도 이야기하는데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사랑니가 없는 경우가 41%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사랑니가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 사람은 약 12.7%, 칠레 사람은 24.75%, 말레이시아 사람은 30~33%에서 사랑니가 생기지 않는다.

알려진 대로 진화했기 때문에 사랑니가 없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진화된 민족인 것이다. 사랑니가 없는 경우 부위마다도 다른데 우측 윗사랑니가 제일 많고 그다음은 왼쪽 위, 그다음이 오른쪽 아래 사랑니, 왼쪽 아래 사랑니 순으로 사랑니가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럼 사랑니를 빼지 않고 보존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가장 많은 경우가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턱뼈 공간이 충분해 사랑니가 잘 자리 잡은 경우다. 사랑니의 경우도 제대로 아래위로 이쁘게 잘 난 경우에는 충분하게 씹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제일 안쪽에 있으면 충치가 쉽게 생기기 때문에 잘 닦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보존된 사랑니는 나중에 앞쪽 어금니가 문제가 생긴 경우 치아이식술 같은 방법으로 망가진 어금니를 대체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치아를 이용한 자가치아뼈를 만들어 임플란트 시 녹아내린 잇몸뼈 부분에 이식하는 골이식재로 사용할 수도 있다. 기증된 다른 사람의 뼈나 동물 골이식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랑니 발치가 힘든 것은 사랑니 주위에 신경이 지나가고 치아 뿌리의 모양도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치아를 만드는 임플란트 수술보다 까다롭고 시간이 더 걸릴 때가 있다.

쉬운 수술 같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고 일주일 정도 밥 먹기가 매우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일부 턱뼈를 삭제할 수도 있어 외과적으로 몸에 오는 충격은 맹장수술만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사랑니를 발치하고 난 후에는 따라서 수술 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사랑니 발치는 부담스럽지만 치과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처음 찾아오는 사랑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치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김형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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