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 시장을 더욱 강화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현지 시장에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올렸다. 해당 기간 현대차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83만6802대, 기아는 2% 증가한 78만2451대, 제네시스는 8.4% 증가한 7만5003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총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종전 역대 최대 판매기록(165만2821대)을 경신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 판매량 17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 순위는 제너럴 모터스(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4위였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중요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723만1248대였는데 미국 판매 비중이 약 24%에 달했다. 4대 중 1대꼴로 미국에서 판매된 셈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또한 지난 6일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공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에서의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더 높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미국에서 4만4400대가 팔리면서 연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 EV9(2만2017대), EV6(2만1715대) 등도 연간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말 HMGMA가 본격 가동함과 동시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기아 EV9과 EV6, 제네시스 GV70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수령 대상이 되면서 올해 미국 시장 내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정책 변화는 변수다.
이에 대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세액공제 혜택이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전망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HMGMA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됐다. 이곳 생산량 목표를 연 30만에서 50만대로 올릴 것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응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성 김 현대차 사장 역시 지난 6일 신년회에서 "오랜 기간 계획을 세웠기에 어느정도 준비돼 있다고 본다"며 "(새 행정부가) 시작하기에 앞서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고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 또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완성차 업계의 동일한 이슈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될 것"이라고 짚은 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이 다른 기업보다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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