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기를 맞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들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넣는 ‘묻지마 투자’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경쟁률을 확인하고 마지막 날 청약에 나서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육가공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이 8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마감한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며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눈치 싸움이 펼쳐졌다.
수요예측 초반인 1~3일 차까지는 청약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4~5일 차에 시장 분위기와 경쟁률을 고려해 주문을 넣는 자산운용사가 늘었다. 한 공모주 운용사 대표는 “미트박스글로벌은 작년 상장을 한 차례 연기하고 다시 청약을 받는 재수생”이라며 “상장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물량을 많이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초일가점제’의 영향으로 수요예측 1일 차에 청약을 넣는 기관투자가가 많았다. 초일가점제는 수요예측 첫날 주문한 기관투자가에 가점을 부여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관투자가는 이 제도를 활용해 수요예측 첫날부터 높은 가격을 써내 공모주 물량을 쓸어 담은 뒤 상장 첫날 대거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다. 단기 차익에만 초점을 둔 ‘묻지마 투자’로 변질되면서 작년 상반기까지 증시에 상장한 기업 93%가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책정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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