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지분이 늘어나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특정 기업 지분을 총자기자본의 15% 이상 보유하면 해당 자산의 위험 가중치가 높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날 HMM 주가 1만887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산은의 보유 지분 가치는 4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9월 말 자본금(26조3166억원) 기준 15%는 넘은 상태다.
HMM이 산은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산은의 부담을 덜어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HMM이 주가를 부양하는 방안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거론된다. 하지만 HMM은 지난해 말까지인 밸류업 방안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금융권 일각에선 HMM의 자사주 매입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황 악화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충분히 비축해야 한다는 해진공의 입장 차이를 정리해줄 국정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의 덩치가 커지면서 인수 후보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작년 2월 매각 협상에서 하림그룹의 희망 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HMM의 현재 몸값을 8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정상화에 투입되는 자본금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66.32%, 적용 후 179.51%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가까스로 넘겼다. KDB생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산은의 BIS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산은은 향후 3년간 첨단산업 육성에 총 10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선 문제를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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