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KDB생명 매각 지연에 産銀 '골머리'

입력 2025-01-07 17:57   수정 2025-01-0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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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 여파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MM 매각 실패에 이어 HMM이 산은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까지 늦어지면서 산은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매각에 여러 차례 실패한 KDB생명을 올해 자회사로 편입하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성 악화로 대출 여력이 떨어지면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사업 지원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HMM 자사주 매입 미뤄져
7일 금융권에 따르면 HMM 1·2대주주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오는 4월 HMM 영구 전환사채(CB) 720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산은의 HMM 지분율은 작년 9월 말 30.87%에서 33.95%로 상승한다.

HMM 지분이 늘어나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특정 기업 지분을 총자기자본의 15% 이상 보유하면 해당 자산의 위험 가중치가 높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날 HMM 주가 1만887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산은의 보유 지분 가치는 4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9월 말 자본금(26조3166억원) 기준 15%는 넘은 상태다.

HMM이 산은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산은의 부담을 덜어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HMM이 주가를 부양하는 방안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거론된다. 하지만 HMM은 지난해 말까지인 밸류업 방안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금융권 일각에선 HMM의 자사주 매입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황 악화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충분히 비축해야 한다는 해진공의 입장 차이를 정리해줄 국정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의 덩치가 커지면서 인수 후보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작년 2월 매각 협상에서 하림그룹의 희망 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HMM의 현재 몸값을 8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 정상화 부담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KDB생명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권에선 매각이 여러 차례 무산된 만큼 올해 산은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KDB생명을 자회사로 전환한 뒤 수년간 자본을 투입해 경영 상태를 정상화한 후 다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화에 투입되는 자본금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66.32%, 적용 후 179.51%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가까스로 넘겼다. KDB생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산은의 BIS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산은은 향후 3년간 첨단산업 육성에 총 10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선 문제를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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