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차량은 모두 자율주행차다. 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하고 드론은 치안을 맡아 골목길 곳곳을 감시한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에어택시는 이곳과 일본 도쿄를 오가며 사람을 나른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미래형 스마트시티 우븐시티의 청사진이다. 도요타는 5년 전 “자동차기업이 아니라 ‘첨단 모빌리티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하고 첫 사업으로 우븐시티 건설을 시작했다. 도시 이름인 우븐(woven)은 직물을 짠다는 의미다. 축구장 100개 크기(70만8000㎡)에 달하는 도시를 인공지능(AI)으로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는 도요타의 포부가 반영됐다.
이날 도요타의 프레스콘퍼런스 연사로 5년 만에 CES에 등장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올가을 우븐시티에 도요타 임직원 100명이 입주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1년 이내에 2000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도요타의 계획이다. 도요타 임직원과 퇴직자, 기술자들이 한데 모여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도요다 회장은 “넷제로(탄소중립)를 실현할 교통수단만 우븐시티에 돌아다닐 것”이라며 “우븐시티는 사람과 유통, 정보, 에너지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모빌리티 혁신을 선보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자를 위한 AI 기술도 우븐시티 일상 전반에 스며들 전망이다. 예컨대 AI 반려동물이 고령자와 함께 산책하고 고령자가 맞춤 전동휠체어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로봇이 옷을 개는 등의 모습도 공개됐다. 도요다 회장은 “사람의 동작을 학습한 로봇은 인간과 비슷하게 옷을 갤 수 있다”며 “우븐시티에선 조종사 없이 비행기가 돌아다니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AI가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올여름 스타트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우븐시티를 혁신할 아이디어를 공모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자회사를 통해 로켓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도요다 회장은 “첨단 모빌리티는 기존처럼 하늘이나 땅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로켓(위성) 기술을 활용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차를 개선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확산의 핵심인 초고속 통신을 위성을 통해 구현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도요다 회장은 이어 “(우븐시티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는 게 도요타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요 자동차기업은 도요타처럼 스마트시티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목적기반차량(PBV)과 도심항공교통(UAM)을 결합한 스마트시티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싱가포르 등에 구축하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 빅테크도 캐나다 토론토, 미국 오스틴 등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원종환/김진원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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