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회장 "바이든, 위법한 정치 개입"…'US스틸 인수 불허' 강력 반발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철강 기업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본 기업이 미국 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하는 이례적 사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시모토 회장은 이날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이든 대통령이 불허한 인수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에 대해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제철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명령을 무효화하고 재심사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국가 안보를 약화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올바른 절차로 심사가 이뤄졌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으려는 경쟁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철강노조와 연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이 같은 압력에 정치적으로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국가 안보 관점에서 심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면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하시모토 회장의 기대다. 그는 “본건은 일본과 미국 정부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확신한다”며 “미국에서의 사업 수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포기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도쿄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명령에 대한 유감을 전달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미 경제계에서 강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있으며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수 중지 명령이 무효가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CFIUS에서 다시 심사받게 된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SNS에 “관세가 더 수익성 있고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고 재차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