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현대제철의 주된 쇳물 생산 방식은 고로와 전기로를 함께 운영하는 복합생산 방식이다. 미국 공장에서는 철광석에 일산화탄소 등 가스를 이용해 환원철을 만들어낸 뒤 이를 전기로에 넣어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 생산 방식은 탄소 배출이 많아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렵고, 기존 고로 운영 회사들의 견제와 반발이 심해 외국 기업이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기로만 운영하더라도 환원철과 순도 높은 고철을 함께 원료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적고, 쇳물 생산을 멈추기 어려운 고로와 달리 시황에 따라 운영을 일시 중단할 수 있어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높은 전기료가 단점이지만 미국은 에너지 가격이 한국보다 낮은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 비용을 크게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제철의 제철소 운영은 1차적으로 그룹사 수요에 부응하는 목적이 크다. 다만 향후 미국 내 다른 완성차업체 등으로 판매처를 넓힐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1대당 필요한 강판은 약 1t으로,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량(조지아주 서배너 메타플랜트 50만 대 합산 시)은 연 120만 대가량이다. 연 200만~300만t 생산을 목표로 제철소를 지을 경우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같은 다른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용 강판을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현대제철은 연 500만t 규모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이 중 17%를 현대차·기아 외 해외 완성차업체에 팔고 있다. 이 비중을 40%까지 높여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차량용 강판 글로벌 톱3’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관세 문제에서도 미국 제철소 건설은 장점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대로 멕시코와 캐나다산 생산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를 상대로 10~20%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해외 생산은 저렴한 인건비 등에 따른 경쟁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미국산 철강 생산은 최종 완성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각종 보조금 수령 과정에서 원산지 규제를 갈수록 까다롭게 바꾸는 중이다. 현대차가 주력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사실상 차체와 배터리가 가치사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쇳물부터 미국산’ 차량은 규제를 피하고 정책적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형규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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