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충격파 현실화…"韓 성장률 1.7%도 위태"

입력 2025-01-07 17:54   수정 2025-01-0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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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한 달 새 1.7%로 낮췄다. 일부 IB는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커지며 내수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GDP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작년 말 1.7%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정부(1.8%)와 한국은행(1.9%) 전망치를 밑돈다. 글로벌 IB가 정부와 한은에 비해 한국의 경제 상황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금융회사별로는 JP모간이 지난 한 달 새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씨티그룹이 1.6%에서 1.5%로 전망치를 낮췄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JP모간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했다. 계엄 사태 이후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한 달 전 대비 급감하는 등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계엄 사태가 발발한 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14일) 사이 기간인 12월 둘째 주(12월 7~13일) 전국 신용카드(신한카드 기준) 이용 금액은 4주 전 대비 7.2% 감소했다. 계엄과 탄핵 여파로 11월 셋째 주(20.1% 증가), 12월 첫째 주(2.6% 증가)와 비교해 민간 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이달 28일 시작되는 설 연휴와 직전 주말 사이에 껴 있는 27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6일 연속 쉴 수 있다.
내수 절벽에…韓성장률 1.3%까지 추락 경고
글로벌 IB, 韓성장률 하향 조정…"부진한 내수회복, 계속 더딜 것"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연말연시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민간 소비가 계엄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대폭 하향될 수 있다는 대내외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연말연시에 얼어붙은 소비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재화 소비지표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11월 0.4% 상승(전월 대비)했다. 9월(-0.3%), 10월(-0.8%)에서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23~29일) 전국 신용카드(신한카드 기준) 이용액은 4주 전 대비 20.1% 증가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민간 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에 부합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달 초 예상하지 못한 계엄 사태가 터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3일 밤 계엄 선포 직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 30일~12월 6일)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2.6%로 하락한 데 이어 둘째주(7~13일)엔 7.2% 뒷걸음질 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이 포함된 셋째주(14~20일)엔 3.1% 올랐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넷째주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자체는 2022년 11월(86.6) 후 최저치다. 특히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엔 민간 소비가 더욱 급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참사를 계기로 정부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의 연말연초 각종 모임 및 행사 취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올해 1.7% 성장도 위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항공기 참사로 소비 침체가 예상된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평균 1.8%에서 1.7%로 낮췄다.

센터가 집계한 8곳 외에도 글로벌 금융그룹인 ING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로 1.4%, 뉴욕증권거래소 리서치 전문 기업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5%를 제시했다.

JP모간은 “소비심리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 부문이 취약하고 당분간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 회복이 앞으로도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ING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말 항공 사고 등으로 한국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와 함께 내수를 구성하는 핵심 축인 건설 경기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의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작년 5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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