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7일 19: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이 단행했던 유상증자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향후 유상증자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앞선 공개매수 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점이 자본시장법 178조를 위반한 '부정거래' 혐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31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증자 규모가 대규모인데다 전날 기준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겠다 밝히면서 당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233만1302주를 자사주로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개매수 기간인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나아가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신고서에서 ‘향후 재무구조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섰다.
금감원은 해당 행위에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영진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증자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매수신고서에서 ‘중대한 재무 변동이 없다’고 고의로 알렸다면 중요 사항이 누락된 허위 신고이자 부정 거래”라며 “부정 거래가 성립하면 증권사도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고려아연은 발표 2주 후인 지난해 11월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지만 금감원은 고려아연 경영진 측의 허위기재 혐의가 자본시장법 178조가 규정한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 178조는 증권 매입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때 부정한 수단과 위계(거짓 계획)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었는데도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면 명백한 ‘위계’에 해당한다.
이 경우 자본시장법 179조에 따라 이사회는 부정거래로 투자자가 피해를 본 손해를 배상할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 방조한 증권사들도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열려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31일 미래에셋증권·KB증권 현장검사를 통해 내부 검토 자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관여한 이들 증권사가 고려아연 측과 논의한 자료를 토대로 공개매수 공시 이전에 유상증자가 이미 계획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차준호/김익환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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