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중독 남편 살해 혐의' 아내, 무죄 확정

입력 2025-01-07 07:03   수정 2025-01-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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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니코틴 중독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던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성립, 환송판결의 기속력(구속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남편은 26일 A씨가 건넨 미숫가루·흰죽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날 밤 응급실을 다녀왔는데, 검찰은 검찰은 남편이 귀가한 이후인 27일 오전 1시30분∼2시께 A씨가 건넨 찬물과 흰죽을 먹은 뒤 같은 날 오전 3시께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졌는데, 피해자가 흰죽을 먹은 뒤 보인 오심, 가슴 통증 등은 전형적인 니코틴 중독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은 액상 니코틴을 구매하면서 원액을 추가해달라고 했고, 이를 과다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등 피해자 사망 전후 사정을 볼 때 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찬물을 이용한 범죄만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준 물을 마신 시각을 피고인의 진술(오전 1시 30분∼2시 사이)과 달리 인정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니코틴을 경구 투여하면 30분∼66분 내 체내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이르고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데, 남편의 휴대전화에서는 최고 농도에 이르렀을 시간대에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한 기록이 발견됐다.

오전 1시 30분∼2시 사이에 치사량의 니코틴 용액을 먹은 피해자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2시45분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는 사실이 상호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파기환송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해자가 사망 직전 찬물을 먹기 전에 흰죽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찬물을 준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전문심리위원인 법의학 교수와 피고인이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판매자 등 2명에 대해서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수원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4차례 변론 절차를 거친 끝에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 범죄증명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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