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충격과 상실감에 빠져 있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부당한 요금청구 및 프리미엄 상품 진행 강요 등이 진행된다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내 장례식장에선 장례비용을 초과해 청구하거나 특정상품(고가의 프리미엄)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 등의 사례가 없도록 주의해 주시고, 가격인상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i>(광주시가 관내 23개 장례식장에 보낸 공문)
무안 제주항공 사고 이후 일부 장례식장들이 유족을 상대로 '장례비 뻥튀기'와 호객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이 유족들에게 장례비를 통상보다 여유있게 지급한 점을 악용해 일부 장례식장이 유족들로부터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경황이 없는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 영업행태인데다 상조업체와의 불법 리베이트까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매에 바가지까지 씌운 장례식장
7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시는 관내 23개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유가족을 대상으로 부당한 요금청구 및 프리미엄 상품 진행 강요 등이 진행된다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내 장례식장에서 장례비용을 초과해 청구하거나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 등의 사례가 없도록 주의하고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5일 발송했다. 제주항공 측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시에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장례식장이 유족들에게 불필요한 고가 상품을 강매하거나, 특정 상조업체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광주 A장례식장은 제단 장식으로 5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했고, 유족이 요청하지 않은 고가 옵션의 식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족이 요청하지 않은 서비스를 왜 무턱대고 끼워파느냐고 식장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이 유족들에게 지원한 상조업체는 평화누리상조인데, 광주 B장례식장 등 일부 장례식장은 자신들이 지정한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선 장례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장례식장에 만연한 불법 리베이트 또는 담합이 강하게 의심되고, 안타까운 일을 당한 참사 유가족에게도 영향을 끼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상조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업체가 장례식장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장례식장은 유족에게 특정 상조업체를 강요하는 관행이 업계에 만연하다"며 "장례서비스 이용자인 유족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장사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로 충격과 슬픔에 빠진 유족을 대상으로 장례업계가 폭리를 취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고가 끼워팔기나 강매에 나선 상조업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응방안 강구하는 지자체들
문제를 인지한 광주시는 관내 장례식장과 각 자치구에 거래 관행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자치구들에게도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5일 발송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확인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가 많은 전라남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해 지자체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다. 최기후 무안군 안전총괄과장은 "지난 6일 오전 진행된 대책회의에서 장례식장의 폭리 문제애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장례비와 조의금을 지급했다. 통상적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금액의 2~3배 수준으로 여유롭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례식장이 이를 악용해 유족들에게 고가의 상품을 권유하거나 부당한 요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희생자의 연고지에 따라 광주, 서울, 경기, 대전, 전남 등 전국에서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참사 희생 대다수가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 주민이다. 늦어도 9~10일께 희생자 179명 전원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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