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커에서 체어맨까지…크룹 브라더스는 ‘진화 중’[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입력 2025-01-14 13:56   수정 2025-01-14 13:57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36>



서울 명동에는 금융전문가들을 위한 모임공간이 있다. 은행연합회 건물 내 뱅커스 클럽이란 곳이다. 주차공간이 넓고 콜키지(손님이 가져온 와인에 잔을 제공하고 코르크를 따주는 서비스)도 가능해 와인모임을 갖기에 알맞다.

얼마 전 은행장 출신 지인들로부터 뱅커스 클럽 만찬에 초청받았다. 어떤 와인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크룹 브라더스의 ‘더 뱅커(금융전문가)’로 결정했다. 식사 시작 전 라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자 분위기가 한순간에 풀렸다.

다들 웃고 떠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전성기 시절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와인 한잔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마력이었다. 와인 ‘전문가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크룹 브라더스 와이너리에 대해 알아본다.

‘나파 마지막 개척자’로 통하는 잔 크룹은 양조뿐 아니라 네이밍, 레이블 디자인 등에도 직접 관여한다. 그가 만든 와인은 더 뱅커 외에도 더 닥터(의사), 더 프로페서(교수), 애드보케이트(변호사) 등 다수.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국내 수입사 씨에스알와인(대표 김정윤)은 지난 1월 6일 올해 첫 시음회를 개최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시리즈 최상위 제품 ‘더 체어맨’을 포함해 모두 4종류의 크룹 브라더스 와인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욱정 PD(음식 다큐멘터리 전문가)도 함께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와인 다큐멘터리 ‘신의 술방울’을 제작, 1월 8일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에 1~2회를 공개했다.

가장 먼저 마신 와인은 ‘더 체어맨’이다. 2022년 빈티지가 너무 어리지 않나 걱정했는데 예상 밖이다. 짙은 자주색은 물론 중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디캔팅이 필요 없을 정도. 바로 마셔도 부담이 없는 와인이다.

초반부터 블랙베리와 삼나무, 초콜릿 향을 잡을 수 있었다. 강렬하면서도 깊은 풍미와 느낌이 매력적. 프랑스 보르도 분위기다. 카베르네 소비뇽 98%, 프티 베르도 1.3%, 말베크 0.7%를 블렌딩했다.
김정윤 대표는 “체어맨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가장 잘 표현한 와인이다. 판매 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신의 술방울’ 공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수입물량 중 절반을 먼저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더 뱅커(2022)’는 부드럽고 편하게 다가왔다.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요청으로 2005년에 첫 빈티지를 낸 이 와인의 특징은 둥글고 개성 넘치는 타닌감이다. 카베르네 소비뇽(75%) 외 5개 품종을 섞어 만들었다.

끝으로 마신 ‘더 닥터(2022)’ 역시 고급 와인으로 손색없다. 시음 중반 달콤한 체리와 자두, 블랙커런트 등 검은 과실 향이 잡혔다. 복합미 넘치는 잔향도 길게 다가왔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출신인 잔 크룹 박사는 1991년 돌밭이나 다름없던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부지를 매입, 스테이지코치 빈야드를 완성했다. 나파 지역 최대 규모의 이 포도밭은 2017년 이앤제이갤로(E&J GALLO)에 매각됐다. 그러나 뱅커, 닥터에서 체어맨까지 크룹 브라더스 와인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이욱정 PD는…]



KBS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현재는 ‘요리인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 ‘신의 술방울’ 제작을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등 모두 5개 나라, 12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특히 크룹 브라더스의 잔 크룹과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와인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이 PD는 “와인 양조 과정은 몹시 까다롭고 어렵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일반인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구성했으며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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