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8일 15: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략적 환헤지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전략적 환헤지 가동 전략이 노출돼 당장 가동하기 시작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달러 강세를 억제하는 효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3일 열린 ‘환헤지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략적 환헤지의 가동 관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뜻을 드러냈다. 환헤지 전문가 간담회는 전략적 환헤지 가동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국민연금 투자 관련 위원회인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들과 실시한 회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략적 환헤지 가동에 적극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적 환헤지란 국민연금의 모든 해외 자산에 환헤지 비율을 0~10%까지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전략적 환헤지 가동 요건은 충족됐지만 구체적인 시작 시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한다. 전략적 환헤지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환율 분포도가 99% 신뢰구간(2.58σ) 바깥인 극단값이 5거래일간 유지되는 경우 발동된다. 그러다 원·달러 환율 1400원 초반 수준인 95% 신뢰구간(1.65σ) 아래로 환율이 안정화되면 환헤지를 종료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모호성을 요청한 것은 환헤지 가동 시점과 전략, 방법 등이 노출돼 기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외환시장에서 ‘연못 속 고래’인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가동한다는 소식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물량이 나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선 실제로 국민연금의 환헤지 경계감에 전날 원·달러 환율이 16.2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높은 원화 가격에 환헤지 하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외환당국은 조만간 전략적 환헤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는 물량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전략적 환헤지는 최대로 가동하게 되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2억 달러까지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환헤지에 소극적인 기금운용본부가 전량 공급할진 미지수다.
또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 억제 효과가 적은 통화 스와프 형식의 환헤지 물량을 먼저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스와프 형식의 환헤지는 해외 신규 투자 때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달러를 차입한 뒤 추후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쓰게 된다. 외환스와프 한도는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됐다.
선물환 매도 방식은 부차적으로 쓰이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전략적 환헤지 도입 당시 ‘전략적 환헤지는 한국은행과 통화 스와프를 전제로 실시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환 매도 방식의 환헤지는 미래에 받을 달러를 일정한 환율로 고정해 은행에 파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의 선물환을 매수하는 은행도 헤지를 위해 그만큼의 달러 현물을 해외에서 차입해 외환시장에 판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게 된다. 통화 스와프 방식보다 직접적으로 외환시장에 투입돼 달러 공급 효과가 크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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