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비상장주, 파생상품, 토큰증권(ST) 등 각종 자본시장 투자상품 거래 시장이 기존에 비해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연내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지원하고 시범사업(샌드박스)에 그쳤던 비상장주 거래 플랫폼과 조각투자, ST 등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경제1분야 주요현안 해법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같은 내용을 비롯한 2025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유동성이 높은 800여개 코스피·코스닥 종목이 ATS를 통해 거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ATS의 거래 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까지로 기존 KRX 대비 5시간30분 길다. 당국은 복수 거래소 체제가 들어서면 거래소간 경쟁에 따라 매매체결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6월엔 국내 자체 파생상품 야간시장을 출범한다. 기존 야간 파생시장은 국내 자체 시장이 아니라 유럽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와 연계해 거래하는 구조다. 정부는 한국거래소와 함께 기존 시스템과 동일한 구조로 국내 자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야간시장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총 12시간동안 10개 상품 거래를 지원하게 된다. 기존 시장은 5개 상품 거래를 11시간 지원한다. 금융위는 2023년 7월31일부터 파생상품시장을 기존대비 15분 일찍 개장(오전 8시 45분)하고 야간시장 개설을 추진해왔다.
금융위는 2023년부터 ST와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화를 추진해왔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그간엔 번번이 논의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금융위는 비상장주 거래 플랫폼에 대해선 작년 9월 관련법 정비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토큰증권·조각투자 플랫폼 샌드박스는 오는 6월, 비상장주식 플랫폼 샌드박스는 오는 9월에 샌드박스가 만료된다”며 “이를 고려해 제도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도 도입한다.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를 뜻한다. 당국은 ST, BDC, 조각투자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보다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는 아직 요원한 분위기다. 가상자산 기반 신규 투자상품 관련 내용은 이날 금융위의 업무보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권 사무처장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선 일단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먼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ISA 납입한도를 기존 연 2000만원, 총 1억원(5년 만기 기준)에서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는 현행 일반형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일반형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2.5배 늘리기로 했다.
ISA 쓰임새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의료비에 한해 ISA 중도인출 규정을 완화하는 안을 검토한다. 기존엔 납입원금까지 중도인출을 할 수 있고, 그 이상의 투자 수익에 대해선 계좌를 해지해야만 인출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 인출시 납입한도를 복원하기로 했다. ISA, IRP 등과 연계된 카드로 의료비를 지출하면 의료비 목적을 자동으로 인정한다. 규정이 바뀌면 투자자들이 ISA계좌를 종합투자계좌 겸 의료비 저축계좌로 쓸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오는 5월엔 기업 밸류업 우수기업 약 10여곳을 선정해 표창한다. 수상 기업은 거래소 홈페이지·증권사 MTS 등을 통해 홍보하고, 거래소 공동IR 개최시 우선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밸류업 세제지원 방안도 재추진한다.
이는 최근 정부 각 부처가 국내 산업·경기 둔화 우려에 경제 리스크 관리와 활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올해는 시장안정을 최우선으로 보면서 민생금융을 강화하고 금융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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