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고도제한이나 문화재 등의 규제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구역에서 종상향을 해줄뿐 아니라 이에 따른 공공기여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계획이다. 건축·교통·환경 등 7개 분야 심의를 단번에 진행하는 재개발·재건축 통합심의에 소방과 재해 분야를 포함시켜 인허가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철폐안 3호는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이 어려운 '도시규제지역'에서 조합 등 사업자의 공공기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으로 용적률 상한선을 높여줄 때, 이에 따른 대가로 공공에 건축물이나 대지 등의 소유권을 넘기는 '공공기여' 비율을 낮춰줄 계획이다. 지난 번 발표 때 규제철폐안 1호가 도심이나 역세권의 개발을 촉진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엔 사업 자체가 어려운 지역을 핀셋형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도시규제지역은 고도·경관지구에 속해있거나 문화재나 학교 주변지역, 구릉지에 위치해 일조권이나 사선제한 등으로 높이 제약을 받는 지역이다. 이런 곳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상한선을 높여주더라도 각종 규제 때문에 상한선을 채우는 게 불가능하다.
지난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기 위해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의무공공기여비율을 대지면적의 15%에서 10%로 낮췄다. 이 비율을 10%로 일률 적용하지 않고 용도지역 상향으로 실제 혜택을 받은 용적률이 비례해 공공기여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가령 1종 주거지에서 2종 주거지로 용도지역을 상향한다면, 용적률 상한선은 200%에서 250%로 50%포인트 올라간다. 하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실제론 용적률을 220% 밖에 받을 수 없다면, 용적률 증가분을 50%포인트가 아니라 20%포인트로 보고 공공기여율도 10%(대지면적 기준)가 아니라 4%를 적용한다. 대지면적을 4만㎡로 가정하면 분양가능 가구수가 약 15가구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한양도성과 가까운 성북구 삼선3구역(5만8332㎡)도 세 차례 신속통합기획에 도전했지만 문화재 규제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져 탈락했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이라 광화문 업무지구에서 가까운 종로구 행촌동 210의 2 일대(7만4397㎡) 역시 한양도성과 독립문이 가까워 중점경관지구 및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속한다. 흑석10구역처럼 두 차례 신속통합기획에서 떨어진 배경이다. 이들 구역 모두 신속통합기획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서울시는 판단하고 있다.
통합심의에 소방과 재해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심의를 진행하면서 분야별로 상충된 이견이 생겼을 때 그 자리에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시는 "소방·재해 관련 기준을 고려한 효율적인 건축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광남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서울시장 주재로 ‘경제규제 철폐 간부회의’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불합리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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