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가 무너진다…10년새 '25만 인구' 빠져나가

입력 2025-01-08 16:44   수정 2025-01-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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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창원, 포항, 여수, 거제까지 한국의 고속 성장을 이끈 산업도시에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핵심 산업이 밀집한 기업 도시지만 지난 10년간 이들 도시를 떠난 청년만 20만 명에 육박한다.

단순 생산직은 기계나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된 가운데 연구개발(R&D) 등 고급 연구·엔지니어링 부서의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올라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초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약 10년간 울산, 창원, 포항, 여수, 거제 등 5대 산업도시에서 유출된 인구는 24만4683명이었다. 작년 말 기준 이들 5개 도시 전체 인구(307만 명)의 7.5%에 해당한다. 여수(26만8000명)나 거제(23만3000명) 규모의 산업도시 한 곳이 통째로 없어진 셈이다.

연령별로는 20~39세 청년 생산인구가 14만1410명으로 유출 인구의 58%를 차지했다. 19세 이하 청소년을 합치면 19만4210명으로 비중이 80%에 달한다.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히는 산업도시에서 청년들이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Exodus·탈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은 산업도시 위기의 상징이 됐다. 출범 당시 101만 명이던 울산 인구는 2017년 117만 명을 정점을 찍었지만 청년층의 이탈로 작년 말 109만 명으로 줄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지만 2023년 기준 청년실업률(15~29세)은 9.7%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높다.

청년이 산업도시를 떠난 것은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다. 기업은 많지만 고용은 제한적이다. R&D 경쟁이 치열해지며 고급 연구·엔지니어 부서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올라갔다. 생산직은 기계로 대체되거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산업도시의 청년 이탈과 고령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의 경쟁력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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