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9년 최종심에서 한국이 승소했다. 대응 논리를 개발하며 밤을 지새우던 WTO 통상대응담당 정 모 과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을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바꾼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 이 역시 통상정책을 담당하던 조 모 과장의 노력이 컸다.
안타깝게도 두 후배 모두 공직을 떠났다.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실력 있는 후배들이 공직을 떠나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중 일반직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이 2018년 3837명에서 2023년 5654명으로 크게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5급 공무원 퇴직이 같은 기간 373명에서 514명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행정연구원도 이 수치에 주목해 5급 신임 사무관의 공직 이탈 현상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직을 희망하는 5급 사무관은 민간기업(42.1%)을 가장 선호하고 이직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78.9%)를 첫 번째로 꼽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33.3%)가 두 번째 이직 원인이라는 것이다. 보수 이외에 업무 자율성과 정책적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공직문화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이 요구하는 공공 서비스가 빠르게 변화하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례는 늘어났지만, 공공업무의 자율성과 재량권은 한계가 있는 점도 공무원 이직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을 듯싶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급여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고위직으로 승진해 근무하는 선배들을 보면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는 한 후배의 말이 지금 현상을 잘 설명해 주는 듯하다. 현재 몸담은 공기업도 비슷한 현실에 처해 있다. 우리 공사에서도 얼마 전 젊고 유능한 차장급 직원 2명이 민간 및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했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젊고 유능한 직원의 마음을 돌려놓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등 현실적 한계는 있겠지만 연공서열 중심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성과 중심으로 인사·보수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공직자의 의욕을 꺾는 과도한 견제와 관련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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