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젊은 공무원의 퇴직을 보며

입력 2025-01-08 17:05   수정 2025-0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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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무원의 퇴직이 증가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산업부 재직 시절 동고동락한 후배들이 떠올랐다.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 함께 대응한 후배들이다. 한국은 2018년 1심에서 패소했고 즉시 항소했으나 한국의 승소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위생 및 식품위생 협정 관련 WTO 분쟁에서 1심이 뒤집힌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9년 최종심에서 한국이 승소했다. 대응 논리를 개발하며 밤을 지새우던 WTO 통상대응담당 정 모 과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을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바꾼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 이 역시 통상정책을 담당하던 조 모 과장의 노력이 컸다.

안타깝게도 두 후배 모두 공직을 떠났다.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실력 있는 후배들이 공직을 떠나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중 일반직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이 2018년 3837명에서 2023년 5654명으로 크게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5급 공무원 퇴직이 같은 기간 373명에서 514명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행정연구원도 이 수치에 주목해 5급 신임 사무관의 공직 이탈 현상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직을 희망하는 5급 사무관은 민간기업(42.1%)을 가장 선호하고 이직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78.9%)를 첫 번째로 꼽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33.3%)가 두 번째 이직 원인이라는 것이다. 보수 이외에 업무 자율성과 정책적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공직문화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이 요구하는 공공 서비스가 빠르게 변화하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례는 늘어났지만, 공공업무의 자율성과 재량권은 한계가 있는 점도 공무원 이직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을 듯싶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급여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고위직으로 승진해 근무하는 선배들을 보면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는 한 후배의 말이 지금 현상을 잘 설명해 주는 듯하다. 현재 몸담은 공기업도 비슷한 현실에 처해 있다. 우리 공사에서도 얼마 전 젊고 유능한 차장급 직원 2명이 민간 및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했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젊고 유능한 직원의 마음을 돌려놓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등 현실적 한계는 있겠지만 연공서열 중심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성과 중심으로 인사·보수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공직자의 의욕을 꺾는 과도한 견제와 관련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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