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사고 직후에는 랜딩기어(착륙 시설) 미작동 등 기체 결함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됐으나 최근에는 무안공항의 안전관리 체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외 전문가가 “범죄에 가깝다”고 지적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활주로 끝 안전 구간, 조류 충돌 위험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무안공항은 사업 초기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경제성 부족 문제를 지적했고, 환경부는 철새도래지 근처에 공항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화갑 공항’이란 말까지 나오는 등 무안공항은 지역 주민의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으로 추진됐다는 논란도 있다. 정치 논리가 앞서다 보니 경제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착공 전부터 여러 우려가 나왔다. 광주·전남지역에는 이미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이 운영 중이었다. 누가 무안까지 와서 비행기를 타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1998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기준치(1)를 통과한 1.45로 제시됐다. 2004년 감사원은 실제 B/C값은 0.49에 불과한데, 공항임대수익을 편익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공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설계심사 부문 1위(현대건설)와 2위(삼성물산)를 제치고 최저가를 제시한 금호건설이 무안공항 설계와 시공 등을 일괄 수주했다. 일각에서 호남 기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안정남 당시 건교부 장관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가 활주로 골재 납품을 수주한 것도 논란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무안을 지역구로 둔 정권 실세 한화갑 전 의원이 주도해 추진 동력은 꺾이지 않았다.
숱한 우려 속에서 2007년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3056억원이 투입됐다. 무안~광주 고속도로, KTX 무안공항역(공사 중) 등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사업도 이뤄졌다.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실은 초라했다. 개항 전 연간 992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23년 기준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2.3%)에 그쳤다. 2018~2022년 5년간 10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국 공항 중 최대 적자다.
적법성 여부와 별개로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둔덕을 쌓아 올린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때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남쪽으로 2% 정도 경사가 있는 지형을 반영해 2m 둔덕을 쌓은 뒤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 이내 경사도는 규정상 허용된다”며 “완전하게 수평을 맞추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활주로 안전 구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 끝에서 199m 떨어져 있다. 규정상 최소 기준(90m)은 충족했다. 하지만 국내 권고 기준(240m)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 기준(300m)에 크게 못 미친다.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이 단 4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포공항(23명), 제주공항(20명), 김해공항(16명) 등보다 훨씬 적다. 내륙에 있는 대구공항(8명) 수준도 안 된다. 관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무안공항의 관제사는 7명뿐이다. 부산지방항공청은 2017년 관제 인력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야간 운행 제한을 시도했지만, 지역사회 반발로 무산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출신인 심재동 세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몇 분 사이로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김포공항과 달리 수익성과 이용률이 극히 낮은 공항은 안전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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