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에 묶인 개'라는 韓 대학…자생력을 잃었다

입력 2025-01-08 17:47   수정 2025-01-0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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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이 등록금 동결 등 규제 중심 정책을 펴는 사이 대학이 자생 능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에서 발표한 2025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전 세계 대학 중 62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2015년 50위에서 10년 새 12계단 떨어졌다. 한국의 대표 명문으로 꼽히는 KAIST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52위에서 82위로 30계단 하락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 대학은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2015년 25위이던 싱가포르국립대는 2025년 17위로 올라섰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역시 같은 기간 61위에서 30위로 급상승했다. 싱가포르 대학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투자다. 싱가포르국립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리서치 펀딩으로 9억1330만싱가포르달러(약 9795억원)를 모았다. 교육부에서 받은 지원금만 2억3340만싱가포르달러(약 2503억원)가 넘는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인건비로 12억2138만싱가포르달러(약 1조3093억원)를 지출했다. 서울대 연간 인건비(2022년 기준 4081억원)와 비교하면 세 배 수준이다.

한국 대학은 정부 정책에 손발이 묶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17년간 동결된 등록금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5.64%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었지만 주요 대학은 올리지 못했다. 교육부가 인상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국가장학금과 연동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새로운 연구개발(R&D) 투자는 고사하고 고급 인재를 교수로 모시는 것도 버거운 처지가 됐다. 한 대학 총장은 “한국 대학은 ‘목줄에 묶인 개’와 마찬가지”라며 “너무 오래 묶여 있어서 풀어줘도 자유롭게 사는 법을 잊었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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