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시아 국가 대학은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2015년 25위이던 싱가포르국립대는 2025년 17위로 올라섰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역시 같은 기간 61위에서 30위로 급상승했다. 싱가포르 대학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투자다. 싱가포르국립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리서치 펀딩으로 9억1330만싱가포르달러(약 9795억원)를 모았다. 교육부에서 받은 지원금만 2억3340만싱가포르달러(약 2503억원)가 넘는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인건비로 12억2138만싱가포르달러(약 1조3093억원)를 지출했다. 서울대 연간 인건비(2022년 기준 4081억원)와 비교하면 세 배 수준이다.
한국 대학은 정부 정책에 손발이 묶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17년간 동결된 등록금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5.64%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었지만 주요 대학은 올리지 못했다. 교육부가 인상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국가장학금과 연동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새로운 연구개발(R&D) 투자는 고사하고 고급 인재를 교수로 모시는 것도 버거운 처지가 됐다. 한 대학 총장은 “한국 대학은 ‘목줄에 묶인 개’와 마찬가지”라며 “너무 오래 묶여 있어서 풀어줘도 자유롭게 사는 법을 잊었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