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마련된 생활로봇 전시장. 잔디깎기 로봇, 수영장 청소 로봇, 집 청소 로봇, 아동 교육용 로봇 등을 선보이는 수십 개 대형 부스가 홀을 꽉 채웠다. 부스마다 미국 현지 관람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특이한 건 전시를 안내하는 이들이었다. 거의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이날 생활로봇관에 부스를 차린 기업의 90%가 중국 업체다. 7일(현지시간) 개막일에 부스를 둘러본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생활로봇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에 완전히 안방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CES 2025에 상륙한 중국 생활로봇 기업 중에선 드리미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수영장 청소 로봇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다. 부스 내에 수영장과 같은 수족관을 만들어 놓고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와 나뭇잎 등을 빨아들이는 표면 청소 로봇, 물속을 잠수해 바닥을 닦는 바닥용 로봇을 시연했다.
드리미는 ‘미국인들이 수영장 딸린 집을 선망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회피한다’는 것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처음부터 미국을 타깃으로 했다. 로봇은 중국 본토에서 생산한다. 중국에서는 아예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 드리미 관계자는 “‘가성비’가 좋아 미국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원가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얼마나 저렴한가’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많이 싸다”고 답했다. 중국 쑤저우, 선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생활로봇의 원가는 다른 나라 경쟁사와 비교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리미 외에도 와이봇, 시오 로봇, 아이퍼 등 10여 개 중국 기업이 수영장 로봇 시장을 두고 미국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맘모션의 부스도 잔디를 부지런히 깎으며 이동하는 로봇을 구경하려는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이 미국인 혹은 유럽인이었다. 이 부스를 차린 맘모션 역시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이다. 대부분의 물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인이 중요시하는 잔디 관리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면 엄청난 돈이 될 것이란 예측에 시장에 뛰어들었다. 맘모션 관계자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뒤 인공지능(AI) 자동 매핑 등을 적용한 새로운 라인업을 최근 선보였고 이번 CES에서도 소개했다”며 “미국 리뷰 사이트와 유튜버들에게 호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위력을 입증한 중국 로봇청소기 회사들은 CES 2025에서 미국·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AI를 적용하는 등 신기술을 장착한 로봇청소기다. 중국 업체 에코백스는 AI 로봇 물걸레가 본체와 따로 움직이며 구석구석을 청소해주는 신제품을 이번 CES 2025에서 공개했다. 나르왈 역시 AI가 적용된 비슷한 기능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로보락은 팔 달린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미국산 로봇청소기는 한 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생활로봇 홀에 전시된 홈 CCTV 로봇, 애완로봇, 교육용 로봇 등도 대부분 중국 업체가 만든 제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생활로봇 분야는 제조 단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범용 시장”이라며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다고 해서 관세로 틀어막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도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스베이거스=성상훈/원종환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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