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를 둘러본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일본 니콘이 대표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 중인 2027년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채택된 Z시리즈가 공개되자 관람객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낮에는 최대 130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영하 180도로 떨어지는 극한의 달 표면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초고성능 카메라다.
니콘은 7일(현지시간) 카메라의 무한 변신으로 주목받았다. 달 탐사 등 카메라가 우주산업의 핵심 기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로봇과 자율주행 차량에 카메라와 3차원(3D) 글라스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필름 카메라로 한때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니콘은 수많은 경영학 서적에서 기술 트렌드를 못 읽어 사멸 위기에 처한 공룡쯤으로 취급받은 기업이다. 이랬던 니콘이 이번 전시회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워크맨으로 글로벌 전자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는 증강현실(VR) 기기에 들어가는 콘텐츠, 영화제작자들이 정밀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는 가상환경 시스템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득한 전시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소니는 2014년 이후 TV 등 적자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엔터테인먼트와 이미지 센서 등에 집중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 전시관에도 CES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아필라를 보기 위해 관람객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파나소닉의 전시관도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파나소닉의 영화를 이끌었던 TV, 카메라 등 전자제품 대신 전기차용 배터리, AI 기반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코치 로봇 ‘우미(Umi)’,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인 오아시스 등이 자리를 채웠다. 파나소닉은 이번 CES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4680의 생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 전시관에서도 하드웨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CES에 처음 참가한 스즈키는 도시 배송 물류를 도와주는 로봇인 ‘로미’, 전 세계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율 전기 플랫폼인 6세대 블랑 로봇,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갖춘 도시 교통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이름을 떨쳤다가 어려움을 겪은 많은 일본 기업이 절치부심 끝에 사업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번 CES는 일본 기업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라스베이거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