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쌍특검법’(내란 일반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이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여야 모두 특검을 사실상 야당이 임명하도록 하는 독소 조항을 제거해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실패 등을 지켜보며 특검 도입 필요성을 절감한 더불어민주당과 중도층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의 서로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깔린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특검법이 부결되자 퇴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내란 방탄 국민의힘 해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안에 양심과 소신을 가진 의원이 8명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내란 특검법을 신속하게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특검 추천을 제3자에게 맡기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해 9일 재발의하기로 결정했다.
폐기된 쌍특검 법안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담겼다. 국민의힘이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해 온 내용으로 ‘특검 추천을 제3자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수정안에 반영되면 여당의 반대 명분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도 독소 조항을 제거한 자체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란 특검법 부결 후 기자들과 만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안을 이른 시간 안에 만들어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여야가 저마다 자체 특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양당이 수정안을 놓고 협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추진된 김 여사 특검법도 내란죄 특검과 관련한 여당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보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 특검의 수사 대상인 ‘명태균 공천 거래 의혹’이 여권 전반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내 반발 기류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더 이상 반대만 하며 버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특검 자체를 거부해 중도층을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날 본회의 전 반대 당론을 정했음에도 내란 특검과 관련해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발생하는 등 단합력도 떨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내란 특검과 관련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주진우 의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영/박주연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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