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의 본사가 울산 영암 대산 등 지방에 있는 HD현대그룹은 2022년 11월 경기 성남 판교에 ‘글로벌 R&D 센터(GRC)’를 열어 전국 곳곳에 분산돼 있던 연구 인력 5000여 명을 모았다. 판교 이남에서는 근무를 꺼리는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주력 생산거점이 창원 등 남동 해안 공업지대인 두산그룹도 경기 용인에 첨단기술 R&D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 R&D센터엔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수소 관련 연구 인력을 모을 계획이다. 그룹 이름에 ‘포항’이 포함된 포스코(포항스틸컴퍼니)도 경기 성남 위례지구에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설립하고 있다.
R&D센터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연구소를 서울 가까이 이전하는 대기업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2027년까지 경기 부천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조성해 SK이노베이션 등 7개 계열사의 친환경 기술 R&D 인력 약 3000명을 옮겨 올 계획이다. 현재는 상당수가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 말부터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의 일부 조직을 성남 제2 판교테크노밸리로 이전했다.
기업들이 R&D 기능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은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우수 인력은 판교 이남에선 근무 자체를 기피한다고 한다. 성남에 R&D센터를 설립한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R&D센터 설립 후 입사 지원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은 “대부분 기업이 차세대 성장 비즈니스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분야의 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면 서울 강남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장소에 사무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김형규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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