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 시몬스...‘침대=에이스’ 공식 바꾸다

입력 2025-01-13 09:12   수정 2025-01-13 09:51



“매출 신경은 쓰지 말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들어보자.”

2017년 시몬스침대가 내린 결정이다. 당시 시몬스가 새로운 생산 공장을 경기도 이천에 세운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공장을 짓고 공장 한쪽에 자투리 땅이 남았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하다 침대 전시장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전시장의 콘셉트를 일반적인 전시장과는 다르게 구상했다. 수익을 내는 것 대신 침대를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편하게 찾아 자사 제품을 체험해보고 쉴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해 전시장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곳이 이천 ‘시몬스 테라스’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공간은 오픈 직후부터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공간으로 SNS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인증샷 맛집’으로 입소문 나며 전국에서 MZ들이 찾는 ‘이천의 명소’가 됐다. 실적만 보면 ‘적자 매장’이지만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침대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명 ‘형제기업’ 간의 선두 경쟁이다. 수십 년간 한국 시장 1위를 지키며 ‘침대는 에이스침대’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에이스의 아성을 시몬스가 무너뜨렸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안정호 시몬스 대표의 친형이다.

30년 만에 바뀐 1위
오랜 기간 시몬스는 에이스침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 침대업계 선구자인 고 안유수 회장이 2001년 장남인 안성호 사장에 에이스를, 차남인 안정호 사장에 시몬스를 각각 넘겨줬는데 당시만 해도 양사의 매출은 5배나 차이 났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그 격차는 조금씩 줄더니 2023년에는 급기야 시몬스가 에이스를 뛰어넘기에 이르렀다. 에이스의 매출이 지지부진한 반면 시몬스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끝에 마침내 형을 이겼다. 1992년 시몬스 한국법인이 설립된 이후 30여 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업계에서는 시몬스의 1위 등극이 결코 우연히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기간 이어온 혁신적인 마케팅과 ESG 경영, 연구개발(R&D) 등의 노력을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에 성공하며 이같은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내부에선 이 중에서도 지금의 시몬스를 만든 첫째 요인으로는 단연 시몬스만의 파격적인 마케팅을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이천에 조성한 ‘시몬스 테라스’다.

처음 시몬스 테라스가 오픈할 때만 해도 내부적으로 우려도 많았다. 점포 운영비용을 따졌을 때 도무지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안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하다며 “매출이 나지 않아도 좋으니 이곳을 시몬스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라고 강조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침대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채운 이 공간은 문을 열자마자 SNS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인증샷 맛집’으로 입소문 나며 전국에서 가족 단위 고객들과 MZ들이 찾기 시작했다.

시몬스에 따르면 시몬스 테라스의 매장 운영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로 공간을 계속해서 바꿔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어나는 마케팅 효과는 투입되는 돈 이상의 가치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시몬스 테라스가 입소문 나며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우리 회사 브랜드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버느냐에 집중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몬스 테라스 개점 이후로 시몬스의 침대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구업계의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시몬스 테라스가 보여준 ‘공간의 힘’에 힘입어 시몬스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앞세워 신규 고객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등장한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2021년 식료품점 콘셉트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등은 젊은층 사이 시몬스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뿌리내리게 했다. 이들 매장에선 시몬스 로고가 새겨진 굿즈 등을 판매했는데 상품들은 재미있는 콘셉트를 무기 삼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시몬스 관계자는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홍보 효과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리 마케팅과 기업이미지가 좋아도 제품력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마련인데 시몬스는 끊임없는 침대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으로도 알려졌다. 끊임없는 침대 기술 개발을 앞세워 중저가부터 프리미엄 매트리스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화재에 강한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특허를 업계 최초로 획득한 것도 이런 R&D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시몬스만의 ESG 경영을 주목한다. 이를 통해 침대업계의 대표적인 ‘착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냈다.

이를 테면 시몬스는 지난해 1월 공익을 위해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관련 특허를 전면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경쟁사도 난연 매트리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무료로 열어준 것이다. 또 지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티몬 미정산 사태 때도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14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가장 먼저 제품 배송을 선언하며 주목 받았다.

시몬스 테라스 역시 ESG 경영의 일환으로도 활용된다. 시몬스는 2018년부터 이천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이들에게 시몬스 테라스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파머스 마켓’등 다양한 지역축제를 열고 있다.

2025년 관전 포인트는 이런 시몬스가 지난해에도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수성하며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다.

시몬스와 에이스는 올해 4월께 2024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몬스를 견제해 에이스가 작년부터 자코모 등의 소파 브랜드를 ‘위탁 판매’에서 ‘직매입’으로 바꾼 상태다. 해당 브랜드의 매출까지 처음으로 실적에 집계되는 만큼 다시 에이스가 1위 탈환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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