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코 5개 주·미국 5개 주·쿠바 등에 둘러싸인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아메리카만)으로 바꾸자는 도널드 드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언급에 '미국 국호 개칭은 어떻겠느냐'며 품격있게 응수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례 아침 기자회견에서 대형 스크린에 17세기 고지도 이미지를 띄우고 "북미 지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것 어떨까"라며 "참 듣기 좋은 이름인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이는 앞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라고 피력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반응이다. AP통신은 "멕시코만은 미국 남동부에 맞닿아 있어 제3의 해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육로 국경에 있는 리오그란데강 역시 멕시코에서는 브라보강(리오 브라보)이라고 부르는 등 양국이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는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그의 언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멕시코 정부는 다음 달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역내 무역협정 당사국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미국 차기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일련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선제적 수입 의류 등 관세 부과와 대부분 중국산인 모조품 불법행위 단속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장벽 위협에 몸을 낮추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 엘에코노미스타의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복 관세 으름장에 대응을 천명하거나 트럼프 언사에 대해 선별해 경청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전 정부에서 보였던 대미 전략과 유사하다. 멕시코 전 정부는 2019년께 이민자 유입 억제 미비에 대한 불만과 함께 미국에서 꺼내든 관세 부과 카드에 맞불 관세로 맞대응할 것을 공표하면서도 수일간의 치열한 협상을 통해 현재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 타결을 끌어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최고의 대학교인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에너지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얻은 과학자 출신이다.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코로나19 위기를 빗겨가는 등 합리적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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