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2025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변화·혁신, 위기 극복 DNA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의선 회장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20조4000억원)보다도 19%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돌발적인 경영환경 변수가 산재해 있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신년회에서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으며,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고 독려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셈.
현대차그룹의 이번 연간 최대 규모 국내 투자는 경제 활성화와 연관 산업의 고도화 촉진으로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고객, 주주,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일환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연구개발(R&D) 11조5000억원 △경상 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한다. R&D 투자는 제품 경쟁력 향상, 전동화, SDV, 수소 제품 및 원천기술 개발 등 핵심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해 사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EREV 등을 앞세워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전기차 신모델 개발을 꾸준히 확대하며 전동화 전환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2030년 경제형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모든 제품군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7년까지 다양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포함해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SDV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통해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 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상 투자는 전기차 전환 및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체험 거점 등 인프라 보완 등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EV 전용 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인 광명 이보 플랜트에서 EV3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를 완공하고 PBV 전기차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을 목표로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전략투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울산 공장에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신설해 새로운 자동차 생산 공법을 도입한다. 순수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하이퍼캐스팅은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공법으로, 전동화 차량 등 차세대 제품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전기차, SDV 전환 대응 원천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및 수소 버스·트럭 개발, 수소충전소 구축 등 수소 제품 및 기술 연구와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신규 모빌리티 디바이스 개발, 로보틱스 비즈니스 등 신사업 다각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부품, 철강, 건설, 금융 및 기타 사업 분야에서도 신사업 발굴,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8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부품 분야는 생산 라인 신증설, SDV 전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용 차세대 친환경 부품 개발, 전기차 모듈 신공장 구축 등을 추진한다. 철강 분야는 전력비용 감축을 위한 LNG 자가 발전소 건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소화설비 신설, 안전 강화 관련 투자 등에 나선다.
건설 분야는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사업, 소형모듈 원전,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신사업 발굴을 추진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정보기술(IT) 시스템 및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고, 물류 거점과 친환경 자동차 용선 확대, 차량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관련 투자, 방산 및 철도 차량 관련 핵심 역량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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