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산불, '악마의 바람' 타고 활활…"역사상 가장 비싼 화재"

입력 2025-01-09 11:10   수정 2025-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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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된 가운데, 주 정부가 운영하는 주택 보험제도인 '페어플랜'의 지급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화재는 캘리포니아의 최후 보험제도인 페어플랜에 유례없는 과제가 될 것"이라며 "화재가 진압된 후 보험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의 고급 주택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은 국지성 돌풍인 '샌타 애나'의 영향을 받아 급속히 확산됐다. 이 산불은 현재까지 건물 300채를 파괴했고, 1만3306채를 추가로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페어플랜의 총 익스포져(위험노출금액)는 458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산불 중심지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익스포져는 58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해당 지역에서 지난해 페어플랜의 보험 계약 건수는 전년보다 85%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지급된 막대한 보험 청구액은 민간 보험사들에 큰 부담을 줬다. 최근 2년 동안 12대 주요 주택 보험사 중 7곳이 캘리포니아 내 보험 제공을 제한했고,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주민들이 페어플랜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페어플랜 자체의 지급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와라 스탠퍼드대 기후·에너지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주 정부가 청구액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페어플랜에 보험 청구를 처리할 평가사와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보험(보험 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사가 드는 보험)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페어플랜은 지난해 재보험 약 25억 달러와 잉여 현금 약 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화재가 계속 확산될 경우 손해액이 이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단체인 유나이티드폴리시홀더스의 에이미 바크 대표는 "페어플랜이 현재로서는 보험 청구를 충당할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청구 건수가 급증할 경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니엘 스웨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기후과학자는 "이번 산불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지역은 이번 산불 발생 이전부터 보험사들의 우려 대상이었다. 고가 주택이 밀집돼 있어, 화재가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쉽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계곡에 위치해 소방관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향후 캘리포니아 내 보험료 인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와라 연구원은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 보험료 인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재보험사들이 이번 재난으로 막대한 청구액을 부담하게 되면 내년에 재보험 비용이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많은 재보험사가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어 미국의 규제를 받지 않아, 보험사에 부과할 금액에 제한이 없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페어플랜은 성명을 통해 "청구를 접수하고 처리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 현재 손실 추정치를 밝히기에는 이르다"며 "모든 청구가 지급되도록 재보험을 포함한 지급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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