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킬 거면 탈당"·"조폭 만도 못해"…'당론'이 뭐길래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1-09 15:49   수정 2025-01-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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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쌍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당론을 거부한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8일 쌍특검법 재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과 반대되는 행위를 한 김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대체 어느 민주 공화정의 원내대표에게 동료에게 그런 폭군 같은 태도를 보이냐"며 "지금이 왕정 시대냐"고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아무리 당론이라는 게 있어도 특검 같은 경우는 자기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하는 행위"라며 "권 원내대표의 그런 행위는 삼류 조폭만도 못한 행위"라고 힐난했습니다.
○국민의힘 힐난한 민주당도…과거 금태섭 징계

국민의힘 내 '소신 대 당론' 갈등에 민주당은 바짝 날을 세웠지만, 실제로 정치권에서 '당론을 어겼다'며 의원을 향해 당이 압박을 가하는 일은 이례적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 역시 민주당에서 일어났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강해 처리할 당시였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옥상옥 기구가 만들어지면 수사기관 혼선이 빚어질 수 있고, 과잉 수사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수처법에 반대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결국 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고, 당내에서 '해당 행위'라며 "금태섭을 제명하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듬해 5월 금 의원에게 '당론 위배'를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 전 의원은 징계받은 이후 결국 민주당을 떠났습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심판결정문에서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 당의 당론이었다"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했습니다.

"금 전 의원이 기권한 법안(공수처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당론이었다. 강제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으냐"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
"당론이 결정됐는데도 끝까지 나만 옳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남국 전 의원)

민주당은 금 전 의원 징계 근거로 '강제 당론'을 들었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그런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당시 통합당 대변인은 "실질적 민주화가 이뤄졌던 87년 이후,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정당에서 당론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헌법 기관이 국회의원에 징계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비판받을만한 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당론 위배 징계·탈당 논란'이 국민의힘에서 터지자 양 당의 입장은 거의 정확히 반대가 된 셈입니다.
○"공천받은 정당 당론 따라야" vs "명백한 헌법 기관"
당론을 어기고 '소신'에 따라 투표한 의원에게 가하는 당의 압박은 과연 합당할까요? 탈당을 권유하는 근거 바로 정당 '당헌'에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7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론에 '강제성'을 부여했습니다. 당론으로 결정한 사안을 소속 의원 절반가량이 본회의 투표에서 반대하거나 기권표를 던지며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이자, 이러한 조치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당헌에도 '당헌과 당규가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당헌 제2장 6조의 내용입니다. '양심에 따른 투표의 자유'에 대해 규정한 국민의힘 당헌 제60조에는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와 함께 "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당론에 대하여 의원이 국회에서 그와의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에 의원총회는 의결로서 그에 대한 소명을 들을 수 있다"며 '강제성을 띤 당론'에 대해 서술되어 있습니다.

'강제성 당론'에 찬성하는 이들은 정당에 가입했고 정당의 이름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으면 소신이 있더라도 당을 위해 이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국회의원은 명백하게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당론을 따라야 한다'는 형식 논리로 여기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강변합니다.

정치권은 여전히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 당론을 따라야 하느냐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내로남불' 경쟁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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