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자 관련 업계에선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디웨이브 퀀텀의 앨런 바라츠 CEO는 8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은 지금부터 30년 후, 20년 후, 15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며 "황 CEO의 예측은 오류가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디웨이브 퀀텀은 이미 비즈니스 운영에서 실제적 가치를 받고 있는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마스터카드, 일본 NTT 도코모 같은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상태의 이진법의 '비트'로 저장하고 처리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상태 '큐비트'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디웨이브퀀텀은 양자컴퓨터 기술 중 하나인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기업이다.
앞서 황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해 "15년이라고 본다면 초기 단계고 30년은 늦은 편으로 본다"며 "상용화까지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에 미국 양자컴퓨터 관련 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장주 '아이온큐'를 비롯해 최근 떠오른 관련 테마주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퀀텀컴퓨팅' 주가는 30~40%대 급락했다.
이견을 보이는 대목은 양자컴퓨터의 '완전한 상용화' 시기에 대한 기준이다.
황 CEO가 양자역학 원리를 기반으로 범용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이트 기반 양자컴퓨터'에 집중했다면, 바라츠 CEO는 물류 최적화나 금융 리스크를 분석하는 등 특정 문제 해결에 강점을 갖는 양자어닐링 기술의 현재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에 있고 개발 후에도 비용 문제 탓에 대기업과 연구기관 중심으로 사용될 확률이 높다.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적 연구개발(R&D)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황 CEO의 발언이 최근 떠오르는 양자컴퓨터 업계를 견제한 발언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하며 병렬 연산 능력과 특정 문제를 푸는 속도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 컴퓨팅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이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며 구글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최신 양자 칩인 '윌로우'를 공개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구글은 2030년까지 오류 수정이 가능한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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