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온다, 빌런이 아니라 리더가 필요하다 [EDITOR's LETTER]

입력 2025-01-13 11:53   수정 2025-01-13 13:51

[EDITOR's LETTER]

“정치 권력은 모든 사람이 자연 상태에서 가지는 권력을 사회에 양도한 것이다.”

근대의 시작을 알린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 중 일부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탄생, 그리고 그들의 ‘권한 위임’은 현대 모든 조직의 기초가 됐습니다. 근대 이전 왕이나 영주가 갖고 있던 절대권력과 다른 점입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로부터, 기업의 CEO와 임원은 주주·직원·고객 등으로부터 결정권을 위임받은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권력이 위임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듯합니다.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편의상 리더로 표현하겠습니다.

2025년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리더가 중요한 시간을 맞았습니다. 높아지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배에서 큰 파도가 밀려오면 선원들은 파도가 아니라 선장을 쳐다본다’고 합니다. 선장의 표정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는 것이지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벌써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CEO, 임원, 부서장 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위기는 시스템으로 극복된 사례가 없습니다. 사람만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어느 때보다 절절히 느끼는 문제를 너무 길게 얘기했네요.

얼마 전 대기업 임원이 된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형 내가 임원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뭘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아 이거 내 전공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줄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읽은 짐 콜린스의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란 책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몇 가지를 요약해 봤습니다. 실패한 리더, 미움받는 리더들의 공통점이라고 할까.

먼저 “목욕탕 의자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임원이 되면 방이 생깁니다. 그 문을 닫고 들어가 앉는 순간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반쯤은 절단 난다고 보면 됩니다. 정서적으로 멀어지면 공감 지수는 떨어집니다. 그래서 임원실 의자 대신 조직원 옆으로 다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얘기할 수 있는 의자가 필요한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용어를 제대로 정의하라.” 많은 실패한 리더는 ‘복종을 팀워크’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말에 이견을 제시하면 팀워크에 균열을 내는 인간으로 몰아가면서 ‘원팀(one team)’을 강조합니다. 조직을 갈라치기하면서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을 궁지에 몰아가는 인사에는 ‘공정성’이란 명분을 씌웁니다. 능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말을 충성스럽게 이행하는 사람을 쓰면서 “조직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을 발탁했다”고 설명합니다. 잘나가던 시절 인텔의 오너들은 CEO와 정면 충돌하는 의견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직의 이상한 리더들은 ‘무자비한 권력의 사용을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은 ‘카리스마’라고 하고 ‘독선적 결정과 가스라이팅은 대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회의 시간 내내 혼자 얘기하면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서 ‘토론’을 강조합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침묵의 자기수양’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열린 대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의견을 경청하는 감정통제를 말합니다.

이들은 또 ‘무관심을 권한이양’이라고 표현합니다. 잘된 일은 자신의 공으로, 잘못된 일은 실무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을 ‘책임경영’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낸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실무자들이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패했다”고도 합니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 그 피해자는 대부분 조직원들이 되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착각은 디테일을 챙기는 것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디테일을 챙기는 것은 질문을 통해 직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반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직원을 못 믿고 자신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강압적이며, 직원들에게 감시당하는 느낌을 준다”고 짐 콜린스는 지적합니다. 이는 조직의 생각 역량을 추락시킵니다. 모든 것을 한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격 있는 리더가 될 것인가, 조직의 빌런이 될 것인가’,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볼 시간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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