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젠이 습성 황반변성(wAMD) 신약 파이프라인 CG-P5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일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케어젠의 이번 데이터가 아일리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1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케어젠의 주가는 3만1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케어젠은 한 달 전 2만2000원대 보다 약 40% 급등했다. 특히 지난 3일 CG-P5의 글로벌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 배포와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후, 6일 3만3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케어젠 측은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CG-P5가 기존 주사 치료제 아일리아, 루센티스의 대체 치료 옵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CG-P5가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의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치료제 중 글로벌 매출 1위다. 2023년 매출은 93억8000만 달러(13조원)를 기록했다. 아일리아의 뒤를 잇는 후발주자는 로슈의 바비스모다. 바비스모는 2023년 24억스위스프랑(3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일리아, 바비스모, 루센티스 등 기존의 치료제는 항VEGF 기전이다. 안구 내 직접 주사하는 제형이다. 케어젠의 CG-P5 역시 항VEGF이다. 차별점은 주사형태가 아닌 점안제라는 점이다. 기존의 안구에 주사하는 치료제보다 투약성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케어젠은 2023년 8월부터 CG-P5의 wAMD 적응증 글로벌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45명 wAMD 환자를 대상으로 3개 그룹을 무작위 배정, 오픈라벨 방식(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짜약과 진짜 약물 중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으로 진행한다. 4개월 내 아일리아 등 기존 주사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는 제외했다.
임상 디자인은 CG-P5 점안액 투여, 위약(플라시보) 투여, 아일리아 투약 등 세 그룹이 포함됐다. CG-P5 점안액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은 매일 1회, 12주 동안 점안제를 투약했다. 아일리아 투약군은 4주에 한 번씩 총 3회 주사를 받았다. 1차지표와 2차지표의 측정은 첫 임상 시작 당시 안구의 상태(베이스라인), 12주가 지난 후 안구의 상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케어젠이 공개한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플라시보군 8명, CG-P5군 7명, 아일리아군 9명 등 24명에 대한 데이터다. CG-P5군과 플라시보군의 비교, 아일리아군과 플라시보군의 일대일 비교 통계를 공개했다.
앞서 미국식품의약국(FD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허가를 받은 황반변성 치료제는 기존의 치료제 대비 비열등성 입증이 관건이다. 하지만 케어젠은 CG-P5군과 기존 허가 의약품인 아일리아군을 비교하는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시험의 유의미한 결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개별 환자의 데이터를 통계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한다. 케어젠은 CG-P5군과 아일리아군의 효능을 비교할 수 있는 중간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케어젠 관계자는 “임상 1상은 안전성과 내약성이 1차지표이기 때문에 아일리아와 CG-P5를 일대일 비교하는 데이터는 중간 결과 발표에 넣지 않았다”며 “나중에 전체 임상 결과를 담은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G-P5의 임상 1상 1차지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다. 2차지표는 최대 교정시력(BCVA) 개선, 황반중심두께(CST), 총황반부피(TMV), 중심망막두께(CRT), 신생혈관(CNV)의 병변(lesion), 안압검사(IOP) 등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케어젠이 CG-P5가 아일리아를 대체할 수 있다면서 제시한 데이터는 BCVA와 CRT다. 케어젠 측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BCVA에서 CG-P5군이 플라시보군보다 17글자 개선, 아일리아군이 플라시보군보다 15글자 개선했다. 두 개의 비교 데이터는 각각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CRT는 플라시보군 34.96μm, CG-P5군 -41.14μm, 아일리아군 -81.11μm이다. CG-P5군은 아일리아군보다 절반 정도 불과한 CRT 감소 효과가 나온 것이다. 다만 플라시보군 대비 CG-P5군의 비교 통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BCVA 데이터에서 베이스라인을 살펴보면 플라시보군 53.00, CG-P5군 61.85, 아일리아군 64.11이다. BCVA를 측정한 숫자는 환자가 보이는 글자 수다. 즉 플라시보군은 다른 투약군보다 8.85~11.11의 글자 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더 안 좋았다. 안경원에서 숫자들이 쓰여 있는 시력검사표가 한 줄에 5글자다. 플라시보군은 이미 시력검사표에서 두 줄 이상 뒤처질 정도로 wAMD가 더 악화된 상태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케어젠 관계자는 “우리가 환자를 임의로 원하는 군에 배정하지 못한다”며 “임상 참여자들이 들어오면 랜덤으로 지정하며 각 군에 배정된 환자들의 특징일 뿐이다”고 말했다.
VEGF를 억제하는 기전의 wAMD 치료제는 CST 감소가 주요 바이오마커다. VEGF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형성한다. 이렇게 생긴 혈관은 황반에 체액을 축적시킨다.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켜 체액이 황반부로 새어 나오게 한다. 망막이 두꺼워지고 시력 손상으로 이어진다.
아일리아, 루센티스 등 VEGF 억제제를 투약하면 신생 혈관 형성과 혈관 투과성을 감소시켜 체액 누출을 방지하고 망막을 안정화한다. 비정상적인 CST는 체액이 망막층에 축적될 때 발생한다. VEGF 억제 기전의 치료제는 시력 개선보다 CST 감소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따라서 CST는 VEGF 억제 기전의 wAMD 치료제 임상에서 효능을 측정하는 초기 지표로 사용한다.
CG-P5는 VEGF를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임상 1상 중간 결과에서 CST 측정 결과 플라시보군 3.75, CG-P5는 -12.43, 아일리아군 -76.44를 나타냈다. 아일리아군에서만 CST 감소에 대한 월등한 효능을 보였다. 실제 통계에서도 플라시보군과 CG-P5군은 P값이 0.88이다. 플라시보군과 아일라군의 P값은 0.06이다. 0.06의 P값은 환자수를 늘리면 0.05의 유의미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는 수치다.
케어젠 관계자는 “지금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임상 1상을 하고 있는데, 이번 중간발표는 각 임상 병원에서 데이터를 우리가 취합해 발표한 자료”라면서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CSR이 나오면 CST에 대해서도 우리 쪽에 긍정적인 부분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케어젠은 최근 CG-P5의 임상 1상 진행 일정이 지연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2023년 8월부터 2024년 12월 일정에서 2023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연장됐다. 향후 CSR은 오는 6월 임상 종료 이후인 하반기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월 10일 08시39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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