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의 최고 화제 인물은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내뱉은 한마디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리게티, 퀀텀컴퓨팅, 아이온큐, 실스크, 디웨이브 등 최근 폭등세를 타던 양자컴퓨터 종목들의 주가는 1월 8일(현지 시간) 반토막 났는데 이 역시 젠슨 황 때문이었다.
젠슨 황은 이날 월가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발언한 것.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는 것은 아직 먼 얘기라고 그가 지적하자 관련주들의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했다.
젠슨 황 덕분에 웃은 기업들도 있다. SK하이닉스가 대표 격이다. CES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만남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밝히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급등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젠슨 황 때문에 울고 웃었다. 젠슨 황이 1월 6일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자사 최신 GPU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GDDR7이 탑재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제품이 제외된 것 아니냐는 관측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이후 8일 젠슨 황이 입장을 내고 “RTX 50 시리즈에는 삼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메모리 파트너사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GDDR7이 탑재된다”고 밝혀 삼성전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젠슨 황의 입이 기업들의 주가를 요동치게 하자 시장에서는 “이번 CES가 젠슨 황과 엔비디아가 가진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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