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목줄 쥔 미국…"親美국가 되면 AI반도체 더 줄게"

입력 2025-01-09 15:39   수정 2025-01-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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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전 세계 국가들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공급량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에 대한 수출 통제는 물론 이들과 물밑 거래를 통해 AI 반도체를 넘겨 온 국가들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에만 AI 반도체를 제한 없이 수출하고 나머지 국가들에는 구매할 수 있는 양을 한정하거나 틀어막는 새로운 수출 통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수출규제는 이르면 오는 10일 발표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AI 반도체의 판매를 국가별, 기업별로 제한하고자 한다. AI 개발이 우방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세계 기업들이 미국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AI 경쟁으로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반도체 수출통제를 세계 대부분으로 확대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각국을 3개 등급으로 나눠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소수의 미국 우방국들로 구성된 최상위 등급 국가들은 근본적으로 미국산 반도체를 지금처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총 18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적대국들은 미국산 반도체 수입이 실질적으로 막히게 된다. 중국·홍콩,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 20여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인 세계 대부분 국가는 AI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는 총 연산력(computing power)에 상한이 설정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2등급 국가 또는 2등급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공급받을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치가 약 5만 개로 제한된다. 대신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기로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수출통제에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VEU는 미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미국 정부가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는 예외를 허용할 때 해당 규정을 활용했다.



다만 1등급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VEU 규정을 활용하더라도 총 연산력의 25%까지만 2~3등급 국가에 배치할 수 있다. 2~3등급 국가 한 곳당 배치할 수 있는 연산력도 7%로 제한된다. 또한 미국 본사를 둔 기업이 VEU를 신청하려면 총 연산력의 최소 절반을 미국 내에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항상 나머지 세계보다 더 많은 연산력을 보유하도록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AI 작업에서 중국산 칩보다 훨씬 뛰어난 미국산 칩을 공급받으려는 글로벌 수요로 인해 미국이 글로벌 AI 개발을 조율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민주당과 공화당의 하원의원들은 존 물리너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미국의 AI 기술을 활용할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엄격한 통제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반도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 대부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블룸버그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1% 이상 하락했다.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의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이런 성격의 규제는 수요 공백을 미국의 경쟁사들이 채우게 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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