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새해 첫날 연휴를 처가에서 보내기 위해 계획한 여행.
눈과 온천, 고시히카리 쌀과 사케의 고장 니가타. 날씨 정보는 한 달 동안 맑은 날 없이 계속 눈이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자동차를 포기하고 ‘신칸센’으로 출발했다.
한국에 설 연휴가 있다면 일본은 12월 말부터 새해 초까지 긴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사는 장모님께 신세를 지며 일본 가정식 만찬을 먹기로 했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이런 대목으로 시작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이 현상은 관동지방인 도쿄에서 ‘에치고산맥’을 통과하는 긴 터널을 지나면 산맥을 경계로 날씨가 완전히 달라지는 니가타 유자와를 표현한 풍경으로 신칸센이나 자동차로 가도 모두 볼 수 있다.
니가타에 도착해 스노타이어가 장착된 렌터카를 이용해 니가타 스타일의 소박한 일정을 계획했다.
시내를 통과하는 시나노강은 일본에서 가장 긴 강으로 주변에는 니가타 역과 호텔 그리고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숙소로는 좋은 입지다.
나는 오쿠라 호텔을 예약했는데 시나노강을 품은 야경과 도쿄에 비해 시설은 떨어지지만, 가성비도 좋고 전통이 느껴지는 숙소였다.
무라카미시 & 세나미온천
지난가을 왔던 무라카미(村上)시를 다시 찾았다. 니가타 시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북쪽에 있으며 세계 최초로 연어양식에 성공한 마을로 가을에 먹었던 연어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일 유명한 가게인 ‘킷가와’에 들어서면 다양하게 가공된 연어와 천여마리가 매달려 있는 대들보가 눈길을 끈다. 주변에는 연어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이 몇 군데 있으나 양력설 연휴라 문 닫은 곳이 많아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역시 실망하게 하지 않는 맛이었다.
특히 ‘하라코’라 불리는 무라카미식 표현의 연어알과 연어구이 세트 정식은 니가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처가 가족들과 먹기 위해 훈제 연어를 사 들고 근처 ‘세나미 온천’으로 향했다. 료칸은 몇 달 전부터 예약 마감이라 우리는 온천만 하기로 했는데 이곳 온천은 해안가에 있어 바다를 보며 즐기는 노천탕이 매력적이다.
칼바람 부는 동해의 차디찬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몸은 따뜻한 온천에 담그고 있으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방문화박물관
부농이었던 이토 가문은 8년에 걸쳐 지금의 저택을 완성했는데 종전 직후 미군이 진주해 이토 기문에 대한 조사를 나왔는데 조사역을 맡은 라이트 중위는 7대째인 이토 후미요시가 자신의 모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선배임을 알고 많은 교류를 하며 이토 저택이 가치 있는 문화유산임을 알고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저택을 지켜주며 많은 지원을 한다. 그런 이유로 이토 가문의 ‘북방문화박물관’은 전후 일본 1호 사립박물관이 될 수 있었고 니가타의 문화유산으로 남게 된다.
저택 내부는 고령자 등 휠체어를 이용해서도 이동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시설도 갖춰져 있으며 저택 마루에서 바라보는 정원이 파워스폿이다.
효코호수
겨울이면 시베리아서 날아오는 백조 떼가 머무르는 곳으로 11월 말이 되면 5,000여마리의 백조 떼가 모이는 곳이다. 봄이 오면 백조가 떠난 자리를 다른 철새들이 날아온다.
백조는 평상시 호수 주변의 논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일출 또는 일몰 무렵이 백조들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는 시간대다.
니가타 시내 관광
▶ 반다이 시티 버스센터 카레 ‘반다이 카레’
서서 먹는 카레 가게(간판은 소바집)로 미니 사이즈는 430엔, 보통 550엔, 대 사이즈는 670엔이다. 디테일한 정보가 없어 보통 사이즈를 시켰으나 양이 너무 많다. 혹시 대식가가 아니라면 미니사이즈가 일반 음식점의 보통이라 생각하면 된다.
▶ 니가타 역 주변
소도시인 만큼 대부분의 시설이 역 주변에 모여 있어 산책 겸 걸어 다니며 쇼핑하기 좋다.
이세탄백화점을 비롯해 역사 내 쇼핑몰 ‘CoCoLo’에서는 니가타 특산물이 모여 있다.
니가타 여행 요약
▶ 추천 먹거리 : 사케(코시노간바이, 구보타, 핫카이산 등) , 스지코(연어알)와 고시히카리, 된장에 절인 연어구이, 반죽에 해초가 들어간 니이가타식 소바, 간장소스의 돈카츠 덮밥 ‘다레카츠동’ 등.▶ 한국에서 직항을 이용할 경우 매일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2박 3일 일정이 무난하다.
온천 1박과 역 주변 호텔 1박을 하며 소도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도쿄로 들어와 1박 또는 2박으로 관광을 한 뒤 3시간 거리 유자와 온천에서 1박 후
니가타 시내에서 1박 여행한다면 알찬 일정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중교통보다 드라이빙 투어가 적합하다.
대한항공 니가타 직항
인천-니가타
화, 목, 토(KE763) 10:05~12:00
니가타-인천
화, 목, 토(KE764) 13:10~15:45
도쿄~니가타(350km) 신칸센 2시간, 자동차 4시간
▶ 니가타 온천
◎ 유자와 온천 : 니가타 시에서 비교적 많이 떨어져 있으나 소설 '설국'의 배경지며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집필한 료칸이 있어 유명한 곳이다.
◎ 세나미 온천 : 니가타 시내 북쪽 바닷가에 위치한 온천으로 연어의 고장 '무라카미'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 츠키오카 온천 : 미인을 만드는 온천으로 유명하며 시내에서 1시간 이내의 거리로 작은 온천마을이 형성돼 산책하기 좋다.
◎ 이와무로 온천 : 300년 역사의 니가타 시내에 위치한 온천이다.
[에필로그]
처가를 가면 고시히카리 쌀부터 사케까지 장모님부터 처제들까지 잔뜩 사주는데도 불구하고 차를 두고 간 이유는 도쿄의 경우 쌓일 정도로 눈이 내리는 날은 1~2년에 한 번 정도고 그나마 오후가 되면 전부 녹는다.
자동차용품점에서 스노타이어 견적을 받아보니 4짝에 3백만원(미쉐린 기준), 교환비 20만원, 일반타이어 보관비(올해 11월까지) 50만원이다. 용품점 점원이 현지에서 스노타이어 장착된 렌터카를 이용하길 권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글=Cona Kim (일본 여행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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