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증시 거래대금 순위에서 코스닥시장 종목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가 흐름이 정체한 2차전지·바이오 대신, 로봇 등 미래 정보기술(IT) 관련주가 투자자 관심을 새롭게 끌어당긴 결과다. 다만 현재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큰 상태라 주의가 요구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전날까지 국내 증시 거래대금 10위권 중 4개 종목이 코스닥시장 소속이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레인보우로보틱스(2조5845억원)가 3위에 올랐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1조544억원)은 6위를 기록했다. 로봇 소프트웨어(SW) 업체 클로봇(8위·7411억원), 양자컴퓨터 관련주로 분류되는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9위·7300억원)을 둘러싼 거래도 활발했다.
거래대금은 말 그대로 특정 기간 시장에서 거래된 주식의 총액을 의미한다. 매매된 주식의 수량을 따지는 거래량과는 달리 순위가 바뀌기 힘든 구조다. 대부분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삼성전자(1위)·SK하이닉스(2위)의 순위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에도 알테오젠을 제외하면 코스닥시장에선 2차전지·바이오 업종 1~2개 종목이 10위권에 잠시 포함됐다 빠지는 경우를 반복했다.
이달 거래대금 순위 변화는 IT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2차전지 관련주가 휘청이고,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바이오주 투심이 꺾인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미래 산업 성장률을 높일 것”이라며 “로봇을 비롯한 중소형 IT·산업재는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처”고 평가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가총액이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4조5687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로봇 대장주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4조1096억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주가 불안정성은 과제다. 이날 아톤은 전날 대비 10.34% 하락해 거래 중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용한 양자컴퓨터는 수십 년 후 나올 것”이라고 발언하며 투심이 얼어붙었다. 클로봇은 장 초반 5.58% 하락했다가 8.51% 상승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코스닥시장의 로봇, 양자 업종은 아직 이익에 기반한 적정 주가 산출이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라며 “주가가 실적보다 기대감을 먹고 오른 상태라 급락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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