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로노이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VRN11의 용량 증량 변경안을 승인했다. 보로노이는 기존 일일 최대 160㎎으로 제한했던 임상 1a상 용량 증량을 320㎎ 이상으로 늘려 경쟁약물 대비 고용량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함께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로노이가 제출한 신약후보물질 ‘VRN11’의 임상1a상 용량증량 변경안을 최근 승인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80㎎ 이후 40㎎씩 증량하기로 한 용량을 80㎎씩 높여 320㎎까지 증량할 수 있으며, 320㎎에서도 용량제한독성(DLT)가 나타나지 않으면 400㎎ 이상으로 용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나 렉라자(레이저티닙)와 비교해 혈중 농도가 수 배에 이르는 고용량의 안전성과 효능을 임상 1a상에서부터 확인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 이번 변경안의 골자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변이가 있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VRN11의 안전성을 식약처가 인정해줘 기쁘다”며 “경쟁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을 무기로 삼아 고용량에서 더 우수한 장기 효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VRN11은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4세대 상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타그리소가 대표하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내성변이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무기로 뇌전이 환자들에게 우선 쓰일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판’을 깔아준 만큼 VRN11이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성 문제로 용량 증량 간격을 촘촘히 하거나 오히려 최대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보로노이의 행보에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신약개발 성패를 임상 1a상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판단할 수 있게 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8일에는 보로노이가 ‘한 방’ 맞은 모양새였다. 존슨앤드존슨이 발표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S)이 기존 강자였던 경쟁약 타그리소 대비 1년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타그리소를 대체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 중이던 보로노이의 주가는 9% 급락했다. 이를 두고 한 국내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보로노이가 넘어야 할 벽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변경안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타그리소 대비 수 배 이상 높은 용량을 시험할 수 있게 됐다. 가령 타그리소는 환자의 안전과 내약성을 고려해 일일 80㎎을 투약하도록 승인받았다. 김 대표는 “VRN11의 강점은 경쟁약물 대비 온/오프 타깃 독성이 매우 적어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경쟁약물은 독성 때문에 불가능했던 고용량으로 VRN11을 투약해 반응률(ORR) 같은 단기적인 효능뿐 아니라 무진행생존기간(PFS) 등 장기적인 효능 데이터를 확보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겠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내약성에서 문제가 없는 약이라면 고용량일수록 PFS나 OS가 늘어나는 경향성을 보인다.
렉라자가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으로 경쟁약 타그리소 대비 우수한 장기 결과를 보였지만 보로노이는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VRN11의 강점은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매우 높아 어떤 경쟁약물보다 뇌전이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라며 “임상 1b상부터는 예정대로 뇌전이 환자 코호트를 따로 만들어 이점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 보는 VRN11의 또 다른 장점은 EGFR 희귀(니치) 변이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로노이도 이 점을 살려 희귀변이가 있는 뇌전이 환자들을 임상에 적극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타그리소 또한 BBB 투과율이 20%가 넘지만 이 용량으로는 희귀변이가 있는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이 앞선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용량증량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임상 1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도 늘어났다. 보로노이는 임상 1상에서 안전성뿐 아니라 유의미한 효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 수를 늘렸다. 지난해 11월 51명에서 90명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엔 103명으로 총 인원수가 증가했다. 국내에서 56명, 대만에서 47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월 10일 07시41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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