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9일 15: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공단이 오는 17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에서 의결권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책위는 17일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논의·결정하는 전문위원회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고려아연 안건을 ‘콜업(요청)’ 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 의결권 행사는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콜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하고 있는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터로 꼽힌다.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여서다. 격돌하는 양측과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소액주주의 보유 지분은 7~8% 수준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회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임시 주총에 상정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집행임원제 도입 △신규 이사 14명 선임안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제출했다.
가장 쟁점인 안건은 집중투표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 및 영풍 연합에 맞서기 위해 꺼낸 카드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땐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만큼 MBK 연합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도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연금 수책위 내부에서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한석훈 국민연금 수책위 위원장은 원칙에 어긋나는 이례적 제도로 보고 있다. 소수주주의 입김이 강해져 경영 비효율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여러 안건에 기권이나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체로 국민연금은 찬성이나 반대 어느 한 쪽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 기권이나 중립을 선택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 수책위는 지난해 11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을 선언해 한 발 빼는 결정을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에 대해서는 주식 가격이 주식매수 예정가액을 웃도는 경우에 찬성하기로 해 사실상 기권을 선택하기도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