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계에 경사가 얼마나 많았나. 한국경제신문이 문화예술 전문가 등 37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문화예술 뉴스 톱10’ 설문조사에서도 전방위로 맹위를 떨친 한국의 컬처파워 소식이 절반을 차지했다.
K컬처 열풍에 격이 달라지는 조국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매력적이었나를 곱씹으며 어깨가 으쓱해졌고, 세계인들의 부러움 속에 명실상부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맛봤다. 문화라는 게 큰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문화가 힘을 보태주면 돈 벌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사실도 절실히 깨달았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이 싱가포르에서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 프로젝트로 세계신문협회의 아시안미디어어워즈를 받을 때 일이다. 사회자들은 수상자에게 한국말로 ‘오빠’와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달라는 주문까지 해줬다. 다른 나라 수상자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호의적 반응이었다. 그들은 한국 문화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트렌디하다고 느끼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지구촌 경제계의 시선은 더욱 고깝고 직설적이다. 글로벌 투자자문회사 TS롬바르드에서 아시아리서치를 총괄하는 로리 그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관한 인식은 투자를 넘어 문화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이번 정치 혼란으로 다시 신흥 시장 카테고리로 후퇴한 것 같다”고 했다.
한껏 기세가 오른 한국 문화예술의 상승세가 당장 고꾸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3년 만에 다시 달고나, 형, 막내 등 8개의 한국말을 그들의 영어사전에 넣어줬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K콘텐츠 의존도 역시 아직 변함이 없다. 올해는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도 완전체로 복귀한다.
도대체 ‘4류’ 한국 정치는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인가. K컬처 취재에 열을 올리던 한국 담당 외신 기자들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 나라 정치 향방을 전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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