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1층 로비. 올겨울 ‘최강 한파’를 뚫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 마쓰카 겐이치 일본롯데 대표 등 롯데그룹 임원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첫 롯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여느 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31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자들 앞에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다. 강력한 쇄신과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뼈를 깎는 변화를 주문했다. 신년사에 이어 VCM에서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쇄신’을 핵심 키워드로 꺼내 든 것이다.
신 회장은 사업군별 대표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80여 명에게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든 한 해였다”며 “이른 시일 안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위기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탓할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회의 내내 “관성에서 벗어나라”고 당부했다. 유통·화학 등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근본 사업일지라도 가능성이 없으면 과감히 들어내고 조정에 나서라는 얘기다. 그는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꾸라”고 했다. 또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도 했다.
신 회장은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 ‘글로벌 전략 수립’을 꼽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호텔롯데가 ‘알짜 자산’인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는 호텔과 면세점 등의 일부 자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자산건전성 강화와 함께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중요하다”며 성장동력 확보를 주문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모습을 보인 지 하루 만에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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