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모은 신동빈 "지금 쇄신 안하면 생존 못 한다"

입력 2025-01-09 17:14   수정 2025-01-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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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1층 로비. 올겨울 ‘최강 한파’를 뚫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 마쓰카 겐이치 일본롯데 대표 등 롯데그룹 임원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첫 롯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여느 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31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근본 원인은 내부 경쟁력 저하”
이날 4시간 동안 이어진 VCM은 지난해 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 열린 회의여서인지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자들 앞에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다. 강력한 쇄신과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뼈를 깎는 변화를 주문했다. 신년사에 이어 VCM에서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쇄신’을 핵심 키워드로 꺼내 든 것이다.

신 회장은 사업군별 대표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80여 명에게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든 한 해였다”며 “이른 시일 안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위기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탓할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회의 내내 “관성에서 벗어나라”고 당부했다. 유통·화학 등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근본 사업일지라도 가능성이 없으면 과감히 들어내고 조정에 나서라는 얘기다. 그는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꾸라”고 했다. 또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도 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 이어질 듯
신 회장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건 지난해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과도 관련이 깊다. 롯데는 작년 말 지라시(사설 정보지)에서 시작한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다. 대부분 근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롯데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놨을 정도다.

신 회장은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 ‘글로벌 전략 수립’을 꼽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호텔롯데가 ‘알짜 자산’인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는 호텔과 면세점 등의 일부 자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자산건전성 강화와 함께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중요하다”며 성장동력 확보를 주문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모습을 보인 지 하루 만에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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