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밸류업 명암'…배당 늘자 충당금 뚝

입력 2025-01-09 17:28   수정 2025-01-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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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3분기까지 주주에게 지급한 현금배당 총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출 부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쌓아놓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같은 기간 10% 넘게 줄었다. 4대 금융지주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위기를 대비한 안전자금 확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작년 1~3분기 현금배당 합산액은 2조63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3분기(2조1891억원)와 비교해 1년 새 4434억원(20.3%) 증가했다.

KB금융의 현금배당이 이 기간 5869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3131억원(53.3%)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우리금융은 2661억원에서 4010억원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은 8171억원에서 8203억원으로 3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현금배당은 이 기간 5190억원에서 5112억원으로 78억원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통상 연말 결산배당 비중이 크고 지난해 10월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만큼 연간 배당은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큰 폭으로 늘렸다. 4대 금융지주가 작년 하반기 이후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액은 총 2조1066억원으로 추산된다. 2023년(1조3080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61.1% 늘었다. 하나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액이 이 기간 15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주주환원 금액이 대폭 늘어난 것과는 달리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처럼 자산에 부실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미리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고 쌓아놓는 자금이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23년 1~3분기 누적 기준 총 5조5496억원에서 지난해 1~3분기 4조9440억원으로 6056억원(10.9%) 감소했다.

금융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번지던 2023년 많은 충당금을 적립해 나타난 기저효과일 뿐 지난해 충당금 적립 규모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2023년 1~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22년 1~3분기(2조8569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수 부진과 환율 급등 탓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3분기에도 대출자산 중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대 금융지주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0.1~0.2%포인트씩 상승했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요인과 건설 경기 침체로 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아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환율 상승 여파로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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