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동맹 철벽, 中·러 수출 원천봉쇄

입력 2025-01-09 17:17   수정 2025-01-1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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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공급량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에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과 물밑 거래로 AI 반도체를 넘겨 온 국가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美 동맹국에는 무제한 공급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만 AI 반도체를 제한 없이 수출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구매할 수 있는 양을 한정하거나 틀어막는 새로운 수출 통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AI 반도체 판매를 국가별, 기업별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개발이 우방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세계 기업들이 미국 기준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AI 경쟁으로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반도체 수출 통제를 세계 대부분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구체적으로 각국을 3개 등급으로 나눠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소수의 미국 우방국들로 구성된 최상위 등급 국가는 근본적으로 미국산 반도체를 지금처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18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적대국은 미국산 반도체 수입이 실질적으로 막힌다. 중국 홍콩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 20여 개국이 해당한다.

나머지인 세계 대부분 국가는 AI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는 총 연산력(computing power)에 상한이 설정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등급 국가 또는 2등급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공급받을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치가 약 5만 개로 제한된다. 그 대신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기로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많은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다.
○IT·반도체업계는 반발
바이든 정부는 이번 수출 통제에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VEU는 미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미국 정부가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는 예외를 허용할 때 해당 규정을 활용했다.

다만 1등급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이 VEU 규정을 활용하더라도 총 연산력의 25%까지만 2~3등급 국가에 배치할 수 있다. 2~3등급 국가 한 곳당 배치할 수 있는 연산력도 7%로 제한된다. 또 미국 본사를 둔 기업이 VEU를 신청하려면 총 연산력의 최소 절반을 미국 내에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이 항상 다른 국가보다 더 높은 연산력을 보유하도록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AI 작업에서 중국산 칩보다 훨씬 뛰어난 미국산 칩을 공급받으려는 수요 때문에 미국이 글로벌 AI 개발을 조율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자국 AI 기술을 활용할 일생일대 기회”라며 엄격한 통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빅테크들은 이번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 대부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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