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금 ETF의 운용자산 규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지 1년 만이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이 단시간에 전통 자산인 금을 위협할 정도로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상장부터 거래까지 틀어막은 한국은 ‘크립토(암호화폐) 갈라파고스’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달 16일 1290억달러(약 189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금 ETF의 AUM(1240억달러)을 앞지른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아래로 조정받으면서 비트코인 ETF와 금 ETF 순자산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세계 ETF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블룸버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순유입액이 가장 많은 ETF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IBIT)’였다. 이 ETF에는 지난 1년간 374억달러(약 55조원)가 유입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관련 현물 ETF가 순유입액 기준 상위 5위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도 잇따랐다. 운용 규모가 1560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인 미국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IBIT를 2억5000만달러어치 매수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관련 논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 선진화를 위해 가상자산위원회를 꾸렸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은 후순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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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지 1년 만에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700여 개 ETF 가운데 투자금을 가장 많이 끌어모은 상위 5개 상품에 모두 암호화폐 현물 ETF가 이름을 올렸다. 12종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산 규모만 160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핵심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블룸버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716개 ETF 가운데 최근 1년간 순유입액이 가장 많은 상품은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티커명 IBIT)였다. 이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선보인 비트코인 현물 ETF다. 작년 1월 11일 출시 이후 이달 7일까지 374억달러(약 55조원)가 투자금으로 들어왔다.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 ‘아크 21셰어스 비트코인’(ARKB), ‘비트와이즈 비트코인’(BITB) 등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각각 순유입액 2, 4, 5위를 차지했다. 이더리움 현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ETHA)는 3위에 올랐다.
미국에 상장한 12종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7일 기준 1127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했다. ETF에 신규 투자금이 몰린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AUM이 치솟았다. 12종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은 114만3858개에 이른다. 비트코인 총발행량(약 2100만 개)의 5%를 넘는 수준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ETF가 금 ETF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미국에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파생상품 ETF AUM은 지난달 금 ETF를 추월했다.
연기금이나 은행 등 기관투자가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기금인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작년 1분기에만 IBIT를 2억4504만달러어치 매수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IBIT는 출시 228일 만에 순자산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ETF 역사상 최단기간 기록이다. 네이트 제라시 ETF스토어 대표는 IBIT를 두고 “ETF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출시”라고 평가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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