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칩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며 “개발 속도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피지컬 AI 플랫폼 ‘코스모스’와 관련해 “황 CEO를 직접 만나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등 협업 나설 듯
최 회장은 이날 CES 현장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황 CEO와 만나 각사가 개발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SK하이닉스)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엔비디아) 개발 속도를 높이자고 했다”며 “과거에는 엔비디아가 ‘개발 속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SK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을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현재 HBM3E 12단 제품을 공급 중인데, 올 상반기에 HBM3E 16단 샘플을 공급하고 하반기에는 HBM4 12단을 출시할 계획이다.최 회장은 피지컬 AI 사업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은 하드웨어에 장착되는 AI다.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 AI와 달리 물건을 집거나 움직이는 등 물리적 활동을 컨트롤하는 AI다. 최 회장은 “코스모스 관련 협력 방안을 황 CEO와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건 아니다”고 했다.
○“AI 독립 반드시 필요”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며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짓는 방안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SK는 올해 CES 부스에 데이터센터 공급 전력을 최적화하는 ‘AI 오퍼레이터’와 데이터센터의 열을 효율적으로 잡는 액침 냉각 기술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최 회장은 이날 ‘대한민국의 AI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AI 시장을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최 회장은 “과거 증기기관과 인터넷처럼 AI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런 AI를 외부에 의존한다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 부스를 둘러보다가 전시장에 있는 SKC 유리기판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황 CEO를 만난 직후였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납품이 성사된 것으로 해석됐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반도체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판으로 불린다. 엔비디아 납품 성사에 대한 기대로 이날 SKC 주가는 19.35% 올랐다.
라스베이거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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