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쿠이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치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는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국내 관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리는 202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로 제시했다”며 “(계엄·탄핵 사태) 이후 하방 리스크가 분명히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JP모간(1.3%), 씨티(1.6%), 노무라·HSBC(1.7%)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은 더 어둡다.
아누슈카 샤 무디스 신용평가부문 부사장은 이메일을 통해 “경제 활동의 장기적 혼란이나 소비자 및 기업 신뢰 약화가 발생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받아 기업 주가가 떨어지는 ‘공포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얼어붙은 내수·커진 하방압력에…한은 올해 스몰컷 3번 단행 예상
샤 부사장은 “다만 강력한 법치주의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속해서 뒷받침하고 있다”며 “통화 및 재정정책을 포함한 다른 제도적 기능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 불안에서 비롯한 경제 혼란이 길어지면 한국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대외 신인도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막대한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신정부의 대표적 정책 변화는 ‘관세 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 관세 조치를 강화하면 중국 성장률이 약화되고, 이는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직접 관세를 물릴 경우 수출에 큰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반도체를 비롯한 테크산업의 경기 사이클 또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수출 증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한국 수출 전망과 관련해서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 예상치는 6940억달러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8.2%)에 비해 크게 둔화한 수치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엔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잠재성장률이 평균 2%를 기록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는 1.9%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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