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올해 24조3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 투자 집행액(20조4000억원)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연간 투자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투자 항목별로 R&D 11조5000억원, 생산시설 확충 등 경상투자 12조원,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등 전략투자 8000억원이다.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R&D다. 1년 전보다 2조원 가까이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차세대 플랫폼, 수소 등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핵심 기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경상투자도 1조원가량 늘린다. 울산에 전기차 전용공장과 하이퍼캐스팅(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공법) 공장을 짓고, 경기 화성시에는 기아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세운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16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등 나머지 계열사가 8조원을 쓴다. 현대제철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립하고, 현대건설은 수전해 수소생산사업 및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사업에 목돈을 투입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친환경 자동차운반선(PCTC)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모빌리티 혁신’의 허브인 만큼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내수경기가 안 좋은 점을 감안해 국내 투자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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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국내 투자 발표 시점과 방식, 내용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기업이 올해 경영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축소 경영’에 나서 안 그래도 쪼그라든 내수 경기가 한층 더 위축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내수 경기가 방향을 트는 데 현대차그룹이 앞장서 도움이 되겠다는 의미다.
9일 발표한 주요 투자 계획이 산업 활력 제고와 내수 진작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대표적인 분야가 연구개발(R&D)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소차,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등에 지난해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1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생산시설 확충 등 경상투자에도 1조원 안팎 늘어난 12조원을 배정했다.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하이퍼캐스팅(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공법) 공장을 짓고, 경기 화성에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세우는 계획이 담겼다. 산업계 관계자는 “R&D와 공장 건설 투자가 늘어나면 관련 산업이 활성화하는 등 낙수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분야별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16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부품·철강·건설·금융·물류·방위산업 계열이 8조원을 쓴다. 철강 분야는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건설, 친환경 소화설비 신설 등을 진행하고 건설 분야는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사업,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발굴에 집중한다. 금융 부문은 정보기술(IT) 시스템 및 인프라 개선을, 물류 부문은 친환경 자동차 용선 확대 등을 추진한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지난달 27일,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놔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준 것도 현대차의 위상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달러당 1486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이 11억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놓은 뒤 하락 반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매도 규모는 이날 전체 달러 거래량(83억달러)의 13%가 넘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립을 검토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대한민국이 미국에 건네는 선물을 현대차그룹이 마련해준 측면이 있다고 산업계는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원하는 게 해외 기업의 대규모 투자이기 때문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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