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 임영웅이 자신의 SNS에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과 글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국회에서는 첫 탄핵 표결이 진행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그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비판하자, 임영웅은 “뭐요”라고 답했다. 누리꾼은 다시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라고 쏘아붙였고,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해 논란으로 번졌다.
연예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삶과 가치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개인이다. 정치·사회적 의견 표명은 그들의 본업이나 주된 역할이 아니며, 이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따라야 한다. 이번 논란은 임영웅이 SNS 게시물에 올린 단순한 축하 메시지에서 비롯했다. 설사 그들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피한다고 해도, 그런 행태를 비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기대를 부여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행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기본 아닌가.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거나 무관심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비민주적 발상으로 질타받을 만한 일이다. 모든 연예인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과잉이고, 비정상이다.
유명 연예인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피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브랜드와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므로 존중해야 한다. 연예인은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지닌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이슈에 입장을 밝힐 경우, 의도하지 않아도 팬들을 선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우리는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충분한 정보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경솔한 의견을 내면서 오히려 문제를 왜곡하거나 논란을 증폭시키는 사례를 자주 목격해왔다. 청소년은 ‘팬심’으로 인해 연예인의 정치·사회적 입장에 주관 없이 무조건적으로 휩쓸릴 수 있어 관심을 끌려는 연예인의 섣부른 메시지는 오히려 위험하다.
정치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은 대의제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이 사회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메시지는 기존에 외면받던 문제를 공론화하며, 사회적 관심을 끌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유명 인사가 공정성과 정의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낼 때, 대중의 공감과 지지가 뒤따라 보다 큰 변화를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인기인의 정치참여나 정치적 메시지 발신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배경이다. 유명인의 정치참여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청년일수록 정치 관심이 높고 정치 냉담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명인의 정치적 활동이 선거, 투표 같은 정치과정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거나 지지와 지원 등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연예인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적 역할을 자처하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공인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라면 이런 사회적 역할을 외면해선 안 된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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