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와 그의 작품〈신곡〉에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이 낳은 최고의 시인’ ‘인류가 낳은 최대의 걸작’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단테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몰락한 귀족 혈통인 단테는 라틴어·프랑스어·프로방스어에 정통했으며, 독학으로 습득한 음악·춤·노래·그림·법률에도 조예가 깊었다. 단테가 가장 존경한 시인은 베르길리우스이고, 그가 가장 사랑한 여인은 베아트리체였다.
단테는 정치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당쟁에 밀려 유랑 생활을 했다. 타협해서 돌아오는 대신〈신곡〉집필에 전념해 인류에 기념비적 작품을 남겼다.
〈신곡〉은 ‘슬픈 시작’에서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희극으로 ‘지옥 편’ 34곡, ‘연옥 편’ 33곡, ‘천국 편’ 33곡 등 총 100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곡의 길이는 140행 안팎으로 전체 1만4233행으로 구성된다.〈신곡〉전체의 시간은 일주일이다. 지옥에서 3일, 연옥에서 3일, 천국에서 하루를 보낸다.
성경, 신화, 서양사 속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데다 단테의 엄청난 지식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1000페이지 분량의〈신곡〉을 읽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 필독 도서,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 100선 등 명작 추천에 빠지지 않는 이 책을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유명하고 경이롭다.
세상에서 엄청난 권력자이거나 뛰어난 지성인이던 자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지옥 편은 한마디로 흥미진진하다. 11곡을 통해 본다면 ‘폭력이나 기만으로써 다른 사람을 해친 자, 폭력으로 이웃에게 죽음과 쓰라린 상처를 입히고 이웃의 재산을 파괴하고 불사르며 해를 끼친 자, 그로 인해 살인자와 중상모략자 또 불한당과 날도둑들. 하나님의 본성과 덕성을 업신여기고 하나님께 폭력을 부릴 수도 있는 자’ 등 다양한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진다.
지옥 속 여러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순례자 단테를 보고 무슨 말을 했을까. 자신이 죽고 난 후 피렌체에서 일어난 일을 묻거나, 자신이 알던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했다. 단테는 위대한 인사들을 소개받고 달려가 부둥켜안으려다 불길 때문에 다가가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똥물에 휘감겨 있거나 악취와 혐오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는 그들이 처참한 지옥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아픔을 느낀다.
연옥은 지은 죄를 용서받기는 했으나 천국에 오르기 전 그 죄를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 영혼이 머무는 정죄의 세계다. 연옥에서 만난 사람들은 단테를 보자 “가족들에게 나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해달라”고 당부한다.
단테는 9세 때와 18세 때 베아트리체를 만난 적이 있는데, 25세 때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평생 그리워했다. 단테는〈신곡〉에서 신성한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 곳곳을 누비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깨닫고 많은 성인을 만난다. 천국에서 단테가 가진 소망은 ‘최상의 행복이신 하나님을 완전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지금까지 본 것을 잘 남기기 위해 “아아, 인간의 관념을 벗어나 그토록 치솟으신 지고의 빛이시여. 당신이 보여주시던 것을 조금만이라도 나의 마음속에 돌려주시고 나의 혀를 한껏 힘 있게 하시어 당신의 영광의 불티를 단 하나만이라도 미래의 사람들에게 남겨주게 하옵소서”라고 간구한다.
단테는 1321년 56세 때〈신곡〉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고, 9월 14일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다.〈신곡〉은 다분히 교훈적이다. ‘인간들이 지옥에서 받는 벌의 모든 양상과 연옥에서 죄를 정화하고 천국에 오르는 섭리를 깨닫게 하는 시적 귀결’을 통해 내 삶을 죽음 이후까지 연장해 폭넓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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