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첫 임기 때인 2019년 9월 24일 UN 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현명한 지도자는 항상 자신의 국민과 자신의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쌓아올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동맹체제를 부정한 것이다.
일종의 ‘팽창적 고립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런 태도에 대해 스튜어트 패트릭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23년 제임스 먼로 제5대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먼로 독트린’의 부활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먼로 대통령은 세계문제(당시엔 유럽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미국이 미 대륙에 대한 패권을 갖는 데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핵심은 서반구 패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패트릭 연구원은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8년 전에도 그린란드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공화당 주류와 갈등하던 당시엔 그 발언에 큰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이번엔 다르다. 공화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트럼프 발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8일 북미 전역을 ‘미국의 51번째 주(캐나다)’, ‘파나마가(파나마)’, ‘우리땅(그린란드)’ 등으로 표시한 뉴욕포스트 글을 소셜미디어 X에 재게시하며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非) 미국적”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처음엔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에 빗댄 표현)’으로 표현했던 게시물을 삭제 후 ‘트럼프 독트린’으로 바꿔 다시 게시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자신의 독트린으로 불릴 가치가 있다”는 이유였다. 마샤 블랙번 (테네시주), 토미 튜버빌(앨라배마주), 팀 시히(펜실베이니아주), 릭 스콧(플로리다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상원의원들도 각각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100년 전의 외교 전략이 현재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제이 카라파노 전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은 “미국은 19세기와 2차 세계대전 동안 서반구 중심의 안보 전략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 했으나 이후 글로벌 슈퍼파워로 성장하면서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면서 “지금은 중국 러시아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는 외교 경제 안보자원을 각각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의 압박을 받는 중남미 국가들이 오히려 중국에 기울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19세기 말 보호주의와 제국주의 시대는 결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면서 “미국 영토의 확장이 세계를 안정시키고 단순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오류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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